조선업 주가가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모처럼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신조선가지수가 33주 만에 반등하면서 그 동안 조선업계를 억눌렀던 ‘발주 가뭄’의 해갈이 시작됐다는 시장의 평가에 따른 것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3.25%), 삼성중공업(4.00%), 대우조선해양(4.82%), 한진중공업(4.77%) 등 조선주가 전일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심지어 채권단과의 의견차이로 그룹 해체 위기까지 몰려있는 STX조선해양 주가도 2.98% 올랐다. 특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지난 27일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7거래일 동안 각각 10.9%,12.39% 급등했다.
조선업 주가상승의 배경은 중고선가와 신조선가가 오르며 업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 들어 중고선가 기수는 총 6차례 올랐으며, 이에 힘입어 지난주 신조선가 지수가 127포인트를 기록해 33주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중고선 거래량 반등→올 초 중고선가 반등→5월 신조선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전형적인 업황 턴어라운드 현상으로 향후 전망도 밝게 한다. 중고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고, 부족한 공급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선박제작도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말 일반상선 누적발주량은 전년 대비 71.9%, 중고선 거래량은 32.6% 증가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일반상선 시장점유율도 급증했다. 벌크선의 올해 국내 조선업체 수주점유율은 17%로 지난해 말 2.0%에서 크게 늘었다. 드릴십,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들의 발주물량이 줄어들자 그 동안 중국 등의 업체에 미뤄왔던 저수익 선종 수주에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든 결과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신조시장 회복은 반짝 회복이 아니라 2015년 이후 수요ㆍ공급의 변수에 따라 움직이는 추세적인 움직임”이라며 “하반기부터 체감 신조선가가 오르고 안정적인 상선발주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선시장 회복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LNG선 발주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업황 개선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조선업 비중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부가가치 선종의 업황 호전이 국내 조선업계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상선에서 시작된 발주회복세가 드릴십, LNG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 선종으로 확대되어야 비로소 국내 조선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해양플랜트와 고부가 선종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벌크선 가격상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국내 조선업계의 품질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약 2년치 물량을 수주한 이후부터는 선박가격을 더 높여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