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 대통령에 바란다] 복지재원 마련 '증세 로드맵' 만들라


박근혜 당선인의 신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경제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국민과 정파들은 정서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노동ㆍ복지ㆍ조세 분야는 민생경제에 대한 대책을 두고 진영 간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신정부의 조세 정책은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문재인 후보 진영 공약과의 공통 분모를 찾아 먼저 실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범위 확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 파생상품 과세 확대, 그리고 비과세ㆍ감면 축소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여야 공감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우선

당선인은 후보 시절 소득세ㆍ법인세 분야의 세율 인상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위 내용과 지출 분야의 구조조정만으로 복지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복지 분야의 공약 내용을 충실하게 실현하자면 말이다.

증세가 불가피하게 되는 경우 직접세 분야와 간접세 분야가 대안이 될 것이다. 문 후보는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 대상을 확대(과세표준 3억원 초과→1억5,000만원 초과로 하향조정)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 종합부동산세 적용 범위 확대 등을 통해 전체 경제의 조세 부담율을 2% 올리는 정도로 재정을 확대한다고 했다. 직접세 분야를 선택한 것이다. 간접세 분야를 택한다면 부가가치세율 인상이 구체적 대안이 된다. 그러나 부가가치세는 세부담이 역진적이어서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 또한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은 부가가치세율 인상을 공급가격 인상을 위한 좋은 핑계거리로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세율 인상이 야기할 물가 상승 효과는 단순한 계산상의 효과보다 훨씬 크게 증폭될 것이다.


따라서 서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식으로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분배 측면에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해당할 뿐이며 물가 상승 효과로 인해 전체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그러므로 정치사회적으로 어렵더라도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문 후보가 공약한 방식대로 소득세ㆍ법인세 분야에서 과감하게 증세를 시도하는 것은 당선인이 표방하는 국민 통합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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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형편에 몰린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현재 근로소득자에게만 제공하는 교육비ㆍ보험료 등 소득공제를 자영업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는 등 기존의 조세 체계에 잘 부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율 인상 등 임기내 단계적 추진을

조세 개혁을 공약에 수용하는 단계와 입법화하는 단계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어떤 세목이든 세율 인상을 입법화하는 것은 사회적 저항을 유발한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수년 전의 반응을 떠올려보라. 때문에 공약을 입법화하는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새 정부는 왜 세금을 더 필요로 하는지, 세금을 더 걷어 어디에 사용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국민에게 어떤 혜택으로 돌아가는지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설득해 동의를 얻어가야 한다. 그리고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은 대통령 재임기간인 5년 정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현한다는 중기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실현하기에는 사회가 수용하기 어렵고 장기적 실현은 임기가 지나가는 것을 의미하므로 공약 회피가 된다.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과 2만명에 이르는 국세공무원들이 부패하지 않고 정치에 중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잘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점도 신임 대통령이 숙고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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