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공 특성화·실용교육 강화등 고용친화적 방향으로 나가야"



충북 소재의 A대학은 요즘 초비상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교육의 질이 낮아 학자금 대출이 제한되는 대학 50곳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대학의 한 관계자는“신생 대학인 우리에게는 불리한 평가지표가 많아 억울하다”면서“수시모집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자칫‘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학생들이 지원을 꺼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조정의 타깃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취업률도 떨어지는 부실 사립대다. 하지만 정원 감축과 통ㆍ폐합 등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이 지나치게‘네거티브’적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어 지역과 대학의 강점 분야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적 구조조정과 함께 전공 특성화 등을 통해 고용친화적인 대학을 적극 육성하는 등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통폐합 방식으로는 대학경쟁력 높이는데 한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지난 2000년 국민의 정부의‘국립대학 발전계획’에서부터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고등교육이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교육여건이 크게 부실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국립대 통ㆍ폐합과 사립대학 간 인수ㆍ합병 , 퇴출을 유도했다.

그 결과 지난 2005년 공주대와 천안공대가 통합하는 등 20개 국ㆍ공립대가 통폐합돼 10개로 줄었고, 사립대도 14곳이 합쳐 7개로 줄었다. 이에 따라 입학정원도 각각 9,000명과 1만2,000명이 감소했다.

현 정부 들어 국립대학 간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립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부실 대학 8곳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제공하고, 경영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통폐합과 퇴출 등 양적 구조조정과 함께 교육역량강화사업을 통해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예산 지원이 수도권과 국립대 위주인데다 그나마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 사립대에 비해 여건이 낫고, 정부의 통제가 가능한 국립대의 경우 통폐합으로 인한 정원 감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사립대의 경우 자발적인 구조조정이나 특성화 노력은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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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립대 관계자는“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의 경우 교수 급여 등 인건비와 실습비 등 학교 재정규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유학생을 정원 외로 대거 받아들여 재정 감소분을 충당하고 있다”면서 “부실 교육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수요 고려한 전공ㆍ교과과정 구조조정 필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정원 감축이라는 양적 규모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국공립대와 사립대 간 기능분담이나 대학별 특성화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을 줄여 학력인플레를 막아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과 대학의 강점을 살리는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은 8.6%이지만 비자발적 단기 취업자나 취업준비자, 그냥 쉬고 있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0%에 달한다. 이 같은 청년실업은 높은 대학 진학률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1.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0년 25만3,000명이던 대학 졸업자가 2009년 47만8,000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학력 인플레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고학력자가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어 미스매치 현상으로 인한 취업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프리미엄 등을 이유로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현상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힘든 만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한 특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특성화하고 실용교육을 강화하는 등‘고용친화적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일부 대학들이 산업 수요와 취업률과 연계해 학문단위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부 지방대가 전공 특성화와 실용교육을 통해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청년실업 해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대학들이 모두 백화점식의 학과 설치를 통해 종합대학을 지향하면서 차별화ㆍ특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공과 교과과정을 산업현장 적합도를 고려해 과감히 구조조정하고, 장기인턴십이나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취업을 적극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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