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수도권의 미래

박시룡 논설실장

신행정수도 건설에 이어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근간이 실행단계에 들어섰다. 사실상의 수도이전이나 다름없는 행정수도 건설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90여만명의 대이동을 수반하는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도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엄청난 역사이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기관도 있고 일부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없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오는 9월 말까지 이전 예정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서를 체결하고 기정 사실화되면 설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원위치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해당지역의 반발이라는 정치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이전지역이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시에 의해 정해짐으로써 이전에 따른 공공기관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전지역이 확정된 이상 입지 선정과 매입 등의 과정에서 지자체가 우월적 위치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재정적 부담은 직간접으로 국민의 부담이라는 점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 살려야 신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확정되면서 관심은 자연히 서울과 수도권의 미래로 옮겨간다. 우선 2012년으로 잡혀 있는 공공기관과 행정부처가 옮겨가고 나면 더 이상 수도권이라는 말 자체도 없어질 것 같다. 더 이상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권이 더 어울리는 명칭이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은 사랑과 미움의 대상이 돼왔다.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서울은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출세한 사람이 몰려 있고 돈과 좋은 일자리가 있고 기회와 문화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로 보면 거식증 환자처럼 비대해지기만 하는 서울과 수도권은 항상 견제와 통제의 대상이었다. 개발연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이 비대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분될 정도로 수도권과 지방간에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게 됐다. 프랑스의 사회비평가인 그리비애는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그외의 사막’으로 돼 있다고 극언했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한 정책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확히 지난 64년 서울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부터 서울과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되풀이됐다. 그러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참여정부는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이전과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혁명적 시도를 하고 있다. 경쟁력있는 대표도시 건설이 과제 행정부처와 수많은 공공기관이 빠져나간 서울과 수도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현재로서는 감을 잡기 어렵다. 과연 수도권의 거식증이 치유되고 지역간 균형발전이 이뤄질지, 전국적으로 부동산가격이 치솟고 분산배치에 따른 비효율성과 혼잡비용만 증대되는 것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남을 것이라는 점이다. 비록 행정기능이 빠지더라도 서울과 수도권은 경쟁력 있는 도시로 계속 발전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이전을 계기로 서울과 수도권도 이제 견제와 통제의 대상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영국은 런던권을 ‘위대한 종양’이라 부른다. 런던권 집중이 골치 아프기는 하지만 런던의 경쟁력 때문에 영국이 먹고 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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