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링 위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본다

"아버지를 향한 사랑의 노래"<br>영화 '주먹이 운다' 최민식 류승범 인터뷰

최민식

류승범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하지만 지금은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에게 버림받아 거리의 ‘인간 샌드백’이 된 마흔두살 강태식. 한 때의 실수로 소년원에 갇힌 청년. 공사장에서 죽은 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가슴 속에 새기고 복서가 된 스물두살 유상환. 4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는 이처럼 인생 막장에 밀려난 두 남자의 대결을 그린다. 승패 따윈 중요하지 않다. 사각의 링 위에서 그들은 삶을 향한 새로운 희망의 빛 한 줄기를 본다. 어느덧 ‘충무로의 거인’이 된 최민식과 최고의 연기력을 뽐낸 류승범. 두 배우만으로도 영화는 범상치 않다. 태식과 상환에 녹아 들었던 그들의 스크린 뒤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민식 “아버지를 향한 사랑의 노래” “촬영하면서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영화 속 태식은 초등학생 아들한테 빚보증 서지 말라는 말이나 하는 한심한 아버지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공감대가 어긋나는 아들과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가. 태식은 내 아버지일 수도, 나 자신일 수도 있다.” “류승범은 후배지만 정말 대단한 배우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열심히는 한다. 하지만 진정한 프로는 ‘잘 한다’는 게 다르다. 승범이는 프로다운 면모가 뭔지를 보여줬다.” “요즘 이런 저런 사람들이 배우로 많이 나선다. 나에게 ‘배우’는 생계가 달린 직업이다. 땀 흘리는 노동이다. 물론 가수들도 연기자로서 소질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획적인 의도가 너무 빤히 보이는 게 밉다. 연기를 하겠다면 인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날 보고 순간집중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다. 내가 손오공도 아니고 마냥 놀다가 어떻게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현장에서 떠들고 가볍게 보이는 건 결국 내 자신에 마인드 컨트롤이다. 어쩌면 내가 더 긴장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칸에 두 번 다녀 왔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주변의 평가가 나를 흔들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배우로서 나 자신에 대한 만족이다. 더 이기적이 된다고 할까. 류승범, 류승완 형제와 함께 작업한 것도 이들에게 뭔가 얻을 게 있을 거라는 계산이 있어서다.” 류승범 “삶이 고된 사람에게 위안을” “내가 강남구청 앞에 사는데 아침마다 데모 소리에 잠에서 깬다. 한 번은 너무 시끄러워 나가보니 타워팰리스 옆에 사는 판자촌 주민들이 나와 있더라. 순간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다. 우리 영화가 그들처럼 삶이 고된 이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실제로 찍었다. 교도소는 굉장히 삭막하다. 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향해 고개를 들지 못한다. 밖에는 소위 ‘노는 애들’이었을 텐데. 그런 교도소의 순간 모습들이 연기엔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칭찬은 들을 때야 기분 좋다. 우쭐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 귀에 그 칭찬들은 ‘너 5년 후에, 10년 후에 지켜보겠어’라는 말로 들린다. 더 책임감이 느껴지고 두려워진다. 칭찬은 ‘머쉬멜로우’와 같다고 생각한다. 들을 땐 달콤하지만 그대로 살이 돼 뺄 때 너무도 힘들어진다.” “최민식 선배는 현장에 나오면 그냥 상황이 끝난다. 이미 모든 걸 갖추고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다. 늘 여유가 넘치니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 그만큼 깊어진다. 철저한 계산이 없으면 이뤄질 수 없는 거다. 난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내가 배우가 된 건 정말 하늘의 뜻 같다. 내가 배운 게 있나 끈기가 있나. 그런데도 영화라는 공동작업 속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집중력을 생각하면 신기하기만 하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뭘 했을지 그저 막막할 뿐이다. 룸살롱에서 쟁반이나 안 들면 다행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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