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총선후 경제정책 과제

혼탁하던 4·13 총선이 끝났다. 선거후 정치구도가 떻게 변할지 또 무엇이 좋아질지는 알 수 없다. 이같이 혼란스러운 정치판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동안 총선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던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경제분야에서 해야 할 일을 착실하게 추진하기 바란다.우선 그동안 미루어온 경제안정화 조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작년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는 12%를 웃도는 과열경기를 지속해 왔다. 그만큼 정책당국은 경기를 흥청거리도록 펌프(PUMP)질을 해온 셈이다. 과도한 경제성장률만이 능사인가? 이제 과열경기의 부작용이 총선이 끝난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같다. 어제 우리가 총선에 모든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동안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으로 한국경제의 인플레 압력을 우려하면서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지출을 억제하도록 촉구했다. 한국경제에 대한 이같은 진단은 한국은행 및 대부분의 국내 경제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갖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부실금융기관 구제 및 실업대책을 위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상당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지고 있다. 외환위기가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재정적자 위기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국가 채무문제는 이번 선거의 커다란 쟁점이 되었다. 과거에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과다한 부채가 외환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였다. 이를 시정하고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서 기업·금융 구조조정이 추진되었다. 마찬가지로 과다한 재정지출, 정부부채가 단기적으론 인플레 압력으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또 다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정부부채를 줄여야 하며 정부 및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총선기간에 분출하는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늘려온 재정지출을 떻게 수습할지도 걱정이다. 그동안 불거져 나온 빈부격차, 실업문제 및 노사갈등도 경제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요즈음 전국 곳곳에서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시위, 의사, 약사들의 분규 등 느슨한 사회기강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도처에서 무슨 연대, 무슨 투쟁 등으로 소란스러워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은 그런 가운데에도 작년, 재작년에 이어서 올해에도 여전히 통화량을 넉넉히 풀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물가불안보다 금융불안이 더욱 심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정책 선택이라고 이해는 된다. 무엇보다도 취약한 금융구조가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재발, 증폭될 가능성은 적지않다. 특히 금리 불안에 따른 증시의 급등락 및 금융경색은 아직도 위기재발의 위험을 나타내며 그 자체가 금융위기이다. 이에 따라 금리안정이 절박한 정책과제가 되었다. 작년에 다행히 금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7월부터 실시되는 채권시가평가제 등 금융불안 요인은 허다하다. 대우사태 및 투신사 구조조정도 꺼지지않은 불씨다. 정부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위해서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방치하다시피한 인플레이션 문제도 이제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시중의 과잉유동성 및 인플레 기대심리가 수입및 소비급증, 증시의 거품 등으로 현재화되고 있다. 최근의 한은 조사에 따르면 물가불안 징후가 없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대부분 앞으로 6개월 동안 물가와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면 금리도 오르고 증시의 거품이 폭락과 공황으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않다. 특히 최근에 미국증시 뿐 아니라 국내증시까지 매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 무역수지가 상당히 저조한 것도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1월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서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후 2·3월에는 소폭의 흑자로 반전했지만 앞으로 무역수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총선후에 무역수지가 어떻게 나타날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수입급증의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경기과열과 원화의 평가절상이라고 본다. 근래에 외자유입이 늘면서 환율이 절상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도 앞으로 한국경제가 환율을 어떻게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느냐가 주요 정책과제라고 지적한다. 금년 1·4분기 이후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 늘고있다. 이같은 수입증가세가 지속되면 조만간 무역적자가 발생할뿐 아니라 증권투자 목적으로 국내에 유입되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해외로 유출되면서 또 다시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원유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국제환율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금리, 물가, 환율 등 시급한 과제들을 떻게 조화시키냐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어려운 과제는 앞으로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장경제와 법에 의한 지배를 어떻게 병행 발전시키느냐는 것이다. /李在雄 성균관대 부총장 입력시간 2000/04/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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