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는 지난 2009년 서울 서초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266가구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했다. 당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보증금에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울 거주, 본인과 세대원 전원 무주택' 등의 조건만 충족하면 돼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강남권에서 공급되는 중대형 시프트에 억대 연봉자들이 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일자 서울시는 2010년 9월부터 공급하는 모든 장기전세주택에 일정 소득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기입주자에게 계약변경을 강요함으로써 불거졌다. SH공사는 2011년 첫 계약 갱신에 나서며 래미안퍼스티지 시프트 입주자들에게 소득제한 규정을 새로 적용해 기준을 벗어나면 퇴거 조치하겠다는 특약을 종용했다. 이모(51)씨 등 입주자 128명은 일단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바뀐 계약조건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입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변경된 계약 조항은 SH공사가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고 입주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법률적 효력을 다투겠다'는 의사표시를 명확히 했다"며 "둘 사이에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계약은 무효"라고 4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