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달러 자금을 한꺼번에 원화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수조원대의 차익을 남긴 론스타가 대우건설 등 매머드급 인수합병(M&A) 물건이 속속 시장에 나오는 시점에서 또다시 사전 포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이 무더기로 달러화 매도에 나선 지난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론스타도 무려 3억3,000만달러를 원화로 환전했다.
당시 원ㆍ달러 환율을 950원 정도로 환산하면 일시에 3,135억원가량을 론스타가 원화로 확보한 셈이다. 론스타의 대량 환전은 이날 10억달러를 훨씬 넘은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과 맞물려 롤러코스터 장세를 부추겼다.
론스타가 이처럼 대량 환전에 나선 직접적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은 당국자들도 “정확한 배경을 모르겠다”며 언급을 피했고 론스타 측 홍보 대행자들도 “본사에서 직접 한 일이기 때문에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3,000억원을 훨씬 넘는 대량 환전이 대형 M&A 물건을 잡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 정도 자금이면 국내의 다른 제조업체나 금융기관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수조원대의 M&A 물건을 잡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군인공제회 등이 빠졌기 때문에 론스타 같은 해외 펀드들이 활동할 공간은 훨씬 넓어진 상황이다.
현재 M&A 시장에는 대우건설 외에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와 대우조선해양 등 대우 계열사는 물론 현대건설ㆍ대한통운ㆍLG카드 등 수조원대의 우량 기업 물건이 나와 있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자금여력이 떨어져 대부분 컨소시엄 형태로 M&A를 추진하고 있다.
M&A 결부설 외에 일부에서는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의 ‘콜옵션’과 관련돼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콜옵션에 따라 론스타는 수출입은행 측에 4,000억원 정도를 지급해야 하는데 모처럼 환율이 올랐을 때 대량 환전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