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문변호사 전성시대] <6> 증권·금융

채권 발행 등 자금조달 애로사항 해결

고창현,▲1965년 부산 ▲금성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29회(연수원 19기) ▲1993년 김·장법률사무소 ▲1998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현 사법연수원 강사, 증권법학회 이사, 기획재정부 국유재산정책 심의위원, 상장법인협의회 자문위원 등

김상만, ▲1967년 서울 ▲서라벌고, 서울대 법대 ▲사법시험 30회(연수원 20기) ▲1991년 법무법인 세종 ▲2000~2001년 미국 클리어리고틀립 ▲2006~2007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2009~2011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

정의종, ▲1963년 서울 ▲여의도고, 서울대 법대 ▲1988년 서울대 법학대학원 ▲사시 30회(연수원 20기) ▲1991년 법무법인 태평양 ▲1996년 미국 콜롬비아대 로스쿨 ▲1998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2004~2009년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 전문위원

● 고창현 김앤장 변호사, 신종자본증권 국내 최초 발행 이끌어
● 김상만 세종 변호사, 역대 최대규모 삼성생명 기업공개 담당
● 정의종 태평양 변호사, IMF때 P&A방식 금융 구조조정 자문


금융을 경제의 혈액으로 비유한다. 몸 속 혈액이 부족하거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면 생명까지 위태로워지는 것처럼 금융이 경제 생태계를 원활하게 흐르지 않는다면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활동을 멈출 수밖에 없어서다.


금융전문변호사는 경제 혈액인 금융이 국가, 기업, 개인 등 경제주체들 사이에서 원활하게 순환할 수 있도록 혈관을 잇는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융자나 증권ㆍ채권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대부분의 자금조달은 이들 금융전문변호사들이 수많은 당사자들의 요구를 슬기롭게 조율하고 거래의 법적 안전성을 몇 번이고 검토한 끝에 작성한 계약서를 통해 비로소 실체가 된다.

대다수 기업들은 안정적이면서도 지속성을 가진 자본을 확보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래서일까. 국내 톱 클래스의 금융전문변호사들에게는 수많은'최초'의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 붙는다.

고창현(48ㆍ사법연수원 19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근래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국내 최초로 담당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형식은 채권이지만 실제로는 주식에 가깝게 만들어져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때문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야 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의 요구로 국내 도입이 추진됐다. 하지만 항상 최초의 이면에는 수고로움과 고생이 따르기 마련.

고 변호사는"주식과 채권의 경계에 있는 하이브리드증권을 최초로 발행하다 보니 세금문제부터 도산 시 처리 방향 등까지 하나하나 다 따져봐야 했다"며 "국세청과 수 차례 협의도 하고 예상 가능한 여러 법률적 쟁점들을 다 따져본 다음 국내 법조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판사들과 협의를 해 여러 유권해석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 변호사의 노력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지난 1996년 한국 채권시장이 외국인 투자개방의 첫 걸음으로 실시한 코리아본드펀드(외국인 투자전용 채권형 컨트리펀드) 발행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도 고 변호사의 힘이 컸다.

당시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과 노무라증권이 펀드 발행을 주간하고 미국 스커드캠퍼인베스트먼트에서 펀드를 운용하기로 했다. 아일랜드에 설립하고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로 한 프로젝트로 당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의 딜(deal)이었다. 고 변호사는 런던, 홍콩, 더블린 등을 오가며 국내외 9개 로펌을 비롯한 22개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했다. 그는 "당시에는 이메일 등이 보편화돼 있지 않아 팩스 등으로 처리해야 했는데 1주일 간 머무른 런던 호텔의 전화비만 900만원이 나오는 등 말도 못하는 고생을 했다"며 "그러나 외국 로펌이 아니라 국내 로펌이 최초로 주도적인 자문 역할을 담당한 사례로 내게는 값진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김상만(46ㆍ연수원 20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금융 중에서도 증권업과 자산운용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지난 2009년 동양생명이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실시한 기업공개(IPO)를 담당했고 2010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로 기록된 삼성생명 역시 김 변호사의 손길을 거쳤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구조화 금융에 대한 자문도 그의 전문 분야다. 구조화 금융은 기존의 정형화된 기법이나 과정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금융관련 수요에 대응해 기존 금융상품이나 관리수단 등을 적절히 혼합해 맞춤ㆍ주문형으로 고안하는 자금조달 기법을 뜻한다.

김 변호사는 "몇몇 의뢰인들은 목표와 비전은 뚜렷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실행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거래를 실수 없이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하고 싶은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거래구조를 수립해주는 것이 구조화금융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인상 깊게 처리한 사건으로 지난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한국이 상장적격국가(Approved Jurisdiction) 승인을 받아낸 건을 꼽았다. 국내 기업이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적은 있지만 모두 국내 자회사나 자산을 홍콩에 설립한 지주회사에 넘기는 방법을 통해서였다. 홍콩거래소에서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상장하기 위해서는 나라에 대한 승인을 우선 받아야 하는데 결코 쉬운 절차가 아니다.


김 변호사는 "홍콩자본시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홍콩의 회사법과 외국 법을 비교해 다른 부분을 일일이 비교를 하고 격차가 너무 크면 상장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우리의 경우 국내 상법과 비교해 필요한 추가 조치를 국내 기업의 정관에 규정하는 것을 전재로 상장적격국가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쉽게 그 회사 자체의 상장은 일단 중단돼 있지만 홍콩 지주회사를 거치지 않고 국내에 본사를 둔 회사가 홍콩에 바로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관련기사



자본시장 업무를 주로 하는 금융변호사들이라고 해서 기업들의 조력자 역할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은 그 중요성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되는 경우가 많기에 정부를 대리하는 경우도 많다.

정의종(50ㆍ연수원 20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수 차례 대리하며 법률자문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왔다. 정 변호사는 "어느 나라든 정부 채권(sovereign bond) 발행에 관여해 일한다는 것은 금융분야 변호사의 최대 영광 중 하나"라며 "이런 거래들을 통해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안정적인 외화자금 조달을 도왔다고 생각하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한ㆍ미 FTA와 한ㆍEU FTA 체결을 앞두고 한국 정부에 유리한 협상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획재정부 금융협상팀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도우며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하루 아침에 사라진 동화은행, 경기은행 등 5개 은행의 우량 자산과 일부 부채들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으로 승계해야 했다"며 "P&A 방식을 통한 금융기관 구조조정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는데 휴일 오후 갑자기 호출을 받아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거래 구조를 연구하고 관련 계약서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후 수년 간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각은 이어졌고 많은 딜들이 정 변호사의 손을 거쳤다.

정 변호사는 "IMF를 거치며 한 국가에 금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에 대해 깨달았고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새삼 느꼈다"며 "이를 계기로 각종 금융산업 관련 위원회를 참여하고 법령 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등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ㆍ금융분야 전문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로 외국어 실력과 금융ㆍ파생상품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국제경제에 대한 감각 등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2008년 재정위기 이후 국제경제는 이미 같은 사이클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동일한 국제규제'를 하자는 공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신종금융상품 등의 국내 도입도 굉장히 빨리 이뤄지는데 이 같은 국제 경제흐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 의뢰인에 효과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치밀함과 꼼꼼함, 끈기도 요구된다. 정 변호사는 "금융 분야 업무가 가끔은 매우 혁신적이고 창조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작은 이슈 하나, 계약서의 세부사항까지 신경 써 딜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균형감각도 필요하다. 고 변호사는 "어느 나라에서든 금융은 타이트한 규제를 받는 분야로 당사자 모두가 만족하는 영역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며 "금융은 공익적 성격도 짙기에 딜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당사자 모두의 의견을 조율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