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태풍 '곤파스'가 대북정책 기조 바꿀까

北 피해로 '쌀 지원' 힘 실려<br>엄 통일차관 "복합적 고려" 불구<br>명확한 전제조건은 제시 안해<br>"미세한 기류변화 아니냐" 분석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곤파스'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일 '곤파스'의 영향으로 북한 지역에 또다시 막심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여 전격적인 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측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쌀 지원이 5ㆍ24조치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대북 쌀 지원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쌀 지원은 단순한 인도적 차원의 성격을 넘어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대한적십자사의 100억원 규모의 대북 긴급구호 지원 품목에서 쌀이 제외된 데 대해 엄 차관은 "쌀 지원과 긴급 구호성 지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쌀 지원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ㆍ24조치, 남북관계 상황, 북한의 식량상황, 이런 문제에 대한 국민여론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명확한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이 아닌 만큼 쌀 지원 재개로 기류가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검토하고 있지 않다. 검토할 계획(조차)이 없다"고 못을 박은 차갑던 정부 기류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그리고 여권 내 핵심 인사들까지 쌀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날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도 공개적으로 쌀 지원을 언급하면서 쌀 지원 목소리는 정부와 여권 내에서까지 힘을 얻고 있다. 나아가 쌀 지원을 계기로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가 대북 쌀 지원에 대해 미리 전제조건을 걸어 앞으로의 행보에 스스로 발목을 묶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올해 100만톤가량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며 최근 수해까지 겹쳐 식량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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