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해태제과 사장에서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전격 임명된 차석용 사장은 재계 인사에서 단연 최대 화제가 됐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대그룹인 LG가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기는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생활용품업계 부동의 1위 회사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오너의 직계가족도, 자사 출신도 아닌 경쟁사인 P&G 출신의 CEO를 영입한 것이다. 이는 현재 화장품 부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생활용품도 점차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회사의 위기상황을 반영한다. 쌍용제지와 한국P&Gㆍ해태제과 등 소비재 부문의 전문경영인으로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차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차 사장은 신년사에서 “여러분에게 군림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려고 왔다. 한국의 생활용품시장을 지켜가는 LG생활건강이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을 존경한다”고 말해 임직원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다독거렸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다소 보수적이며 정체된 기업문화를 개혁하고 차별화와 창의적인 변화만이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2~3년은 변화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소비자의 불만족을 개선해나가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사장이 ‘위기의 LG생활건강호’를 구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은 겹겹이 놓여 있다. 우선 외부에서 영입된 CEO에 대한 사내의 반감을 해결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형성된 계파간 갈등을 조정하고 교통정리를 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 조직이 비대화하면서 약화된 고객대응 탄력성, 보수화된 기업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화장품사업 부문은 올해 화장품 브랜드숍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또한 1등 브랜드만이 살아남는 환경이 조성된 생활용품 부문은 과감한 브랜드 구조조정과 동시에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이 절실하다. 차 사장은 요즘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면서 회사 내부사정 파악에 전념하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청사진이 나올 것으로 사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차 사장이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새 바람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