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일본은 중국보다 통일한국 더 겁내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문정인ㆍ서승원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최근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극우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12월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아베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위안부 동원 강제성과 인권 침해를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이전부터 주장했으며 총선 공약으로는 자위권 행사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이 전세계인의 우려를 무시하고 군국주의 길로 다시 들어설 것인가.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서승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전략가들과의 대담집이다. 일본의 국가전략부터 동아시아공동체구상, 대북정책과 한미일 관계, 종군위안부와 독도 문제까지 일본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를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14명에 달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의 신념과 철학, 언행, 저술을 방대하게 분석한 뒤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저자들은 "특유의 다테마에(建前ㆍ체면이나 겉치레)로 무장한 일본인에게서 혼네(本音ㆍ속마음)를 끄집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일본 최고 전략가들의 본심을 알기 위해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질문을 제시했으며 그에 대한 답변이 매우 솔직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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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성들은 군사대국화에 대해서는 대개 부정적이었다. '미들파워 외교'로 이름을 얻은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평화헌법과 미일 안보를 기반으로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강고하다"고 말했다. 육상자위대 중장 출신인 군사전략가 야마구치 노보루 방위대 교수는 "미일 동맹, 문민통제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견고하므로 군사대국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후나바시 요이치 전 아사히신문 주필 겸 일본재건이니시어티브 이사장은 "중국보다는 민족주의로 무장한 통일한국이 일본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솔직한 전망까지 내놓는다. 또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일의 미묘한 관계를 '적대적 제휴'라는 틀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상대방 정권의 입지를 강화해주는 일종의 대쌍관계동학이라는 말이다.

저자들은 "G2시대의 개막으로 그 어느 때보다 한일협력이 절실한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뜨거운 가슴을 식혀줄 냉정한 시선"이라며 "미래지향적인 신뢰 구축을 통해 영토와 과거사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2만 5,000원.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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