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5만원권 환수율 급락, 지하경제만 키운 꼴인가

5만원권의 환수율이 올 3·4분기 19.9%를 기록해 10%대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9월 발행된 5만원권은 4조9,410억원에 달했지만 환수액은 9,820억원에 그쳤다. 한은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1,000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것은 199장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5만원권의 분기 환수율이 올 3·4분기보다 낮은 때는 발행 첫해인 2009년 2·4분기(0.1%)와 3·4분기(1.1%)를 빼곤 없다. 2009년 4·4분기만 해도 24.7%였고 이후 5만원권 보급이 확산되면서 2012년 4·4분기에는 86.7%까지 상승했다. 연간 환수율을 보더라도 2009년 7.3% 이후 매년 41.4%, 59.7%, 61.7%로 꾸준히 올라가다 2013년 48.6%로 하락 반전하더니 올 들어서는 24.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5만원권이 세상 밖으로 나올 줄 모르는 원인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저금리 지속으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현금부자들이 자기 집이나 은행 대여금고에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느니, 음성적 금융거래나 정치자금 등이 지하로 숨어들었다느니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난해부터 환수율이 급락하자 정책이 오히려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를 늘린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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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20일 내놓은 올 상반기 세무조사 결과는 이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추론하기에 충분하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를 통한 재산은닉, 현금거래 탈세 등에 대한 세무조사 추징액이 3,181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3.4% 증가한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현금보유 성향이 높아진 세태 등만 거론하며 제대로 된 원인분석 한번 하지 않고 있다.

한은이 12월께 5만원권 등 화폐의 거래·보유 목적을 조사한 결과를 공표한다고 하니 이를 계기로 5만원권이 잠적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 마련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돈이 돌아야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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