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2월까지 꾸준히 회복되던 주택경기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돌아섰다. 주택 경기의 바로미터인 주택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이 하락하는 등 전형적인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서승환 국토부장관은 최근 주택·건설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혜택을 차별하는 법과 제도가 적절한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주택정책의 방향이 '무주택자 우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 철폐'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빚을 더 내서 집을 살 수 있도록 수요촉진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임대소득 세감면 확대 불공평만 심화
주택 수에 따라 과세를 차별하는 법과 제도로는 △2주택 이하이면서 임대료수입이 연 2,000만원 이하인 주택임대소득자는 14%로 분리과세하면서 3주택 이상자는 6~38%로 무조건 종합과세 △1주택자는 9억원 초과, 2주택 이상자는 6억원 초과 금액에 종합부동산세 과세 △양도소득세 과세에 있어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최고 80%이나 2주택 이상자는 최고 30%만 공제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주택청약제도 등이 있다.
세금의 목적은 국가와 지자체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공평한 방법으로 확보하는 데 있다.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해야 세 부담이 공평하다. 이런 면에서 주택 보유 수에 따라 차별 과세하는 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차별 과세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공평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세 감면을 3주택 이상 보유자까지 확대하면 주택보유자 간에는 불공평이 해소된다. 하지만 근로소득자·영세자영업자와의 불공평은 더욱 확대된다. 유리 지갑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소득공제 축소, 모든 소득 종합·누진세율(6~38%)적용으로 꼬박꼬박 세금을 거둬간다. 그러면서 집 2~3채를 가진 부자들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아예 과세를 하지 않거나 낮은 세율로 분리 과세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줄여준다. 상대적으로 부자 세금은 깎아주고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세금은 올리는 꼴이다.
집 2채 이상 가진 임대소득자 136만5,000명 중 임대소득세를 낸 사람은 고작 8만3,000명에 불과해 집 부자 128만2,000명이 세금 한 푼 안 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연봉 2,000만원 이하 영세 근로소득자 295만 명은 꼬박꼬박 법에 정해진 세금을 내왔다. 사정이 이런데 주택임대소득자에 대한 세금감면을 확대하면 집 부자와 무주택 서민층 간 세 부담 불공평은 더욱 심화된다.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에도 맞지 않는다.
경제성장으로 수요 증진 정공법 택해야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세제를 왜곡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택시장 침체의 근본 원인은 가격 하락세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 가운데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데 있다. 주택시장 문제는 수급으로 풀어야 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정부 주도로 주택 수요를 부추기는 정책은 시장만 왜곡시키고 정상화 시기만 늦추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빚내 집사라는 정책은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기름을 붓는 것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가만히 있어야 주택시장이 정상화된다는 말까지 나올까.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도 살아난다. 정부는 섣부른 주택시장 개입을 자제하면서 경제성장 정책을 펼치는 한편, 임대주택 공급 확대·주택바우처 도입 등 서민의 주거 안정에 주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