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예산·임금 정부 통제 … 경영자율성 떨어져 소매금융 위축 불가피

복리후생비·회의록 등 경영현황도 낱낱이 공개

거래소는 또 해제 불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2년 만에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이에 따라 산은과 기은은 당장 올해부터 임금인상과 예산편성 등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아울러 기관장 및 직원 1인당 인건비 등 민감한 주요 경영현황도 샅샅이 공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직원들에 대한 격려금 과다지급 등 방만경영이 문제가 된 한국거래소는 공공기관 지위가 유지됐다. 하지만 기은 재지정의 경우 공기업 개혁을 명분으로 시장의 자율성마저 통째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24일 이석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2014년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날 304개 기관을 2014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산은과 기은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명분이었던 민영화가 무산된 만큼 재지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기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 이후 임원 임금을 인상하는 등 방만경영과 부채증가 문제도 재지정이 필요한 근거로 삼았다.


이번 공공기관 재지정으로 산은과 기은은 경영활동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우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각종 경영현황을 공공기관 공개 시스템(알리오)을 통해 외부에 모두 공개해야 한다. 공개대상 정보에는 기관장 및 직원 1인당 인건비, 복리후생비, 이사회 회의록, 임원 출장기록 등 34가지에 이른다. 감사원과 국회에서 지적 받은 사항도 전부 공시해야 하고 예산집행이나 임금수준 조정도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국외훈련비 지원, 복리후생제도 등은 공무원 수준으로 축소되고 체크카드 사용 의무화, 공공조달 유류구매카드 이용 강화, 상품권 구매대장 관리 등의 방침도 적용될 예정이다. 경영의 투명성은 종전보다 올라겠지만 그만큼 경영의 자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소매금융의 위축이다. 지난 2012년 1월 공공기관 해제 이후 두 기관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소매금융을 강화해왔다. 산은은 강만수 전 회장 시절인 2011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인 다이렉트뱅킹상품을 내놓으며 당시 10조원에 가까운 시중자금을 끌어모았다. 기은도 조준희 전 행장 시절 2010년 말 943만명 수준이던 개인고객 수를 1,200만명까지 늘렸다. 일반 시중은행들은 이들 기관을 '눈엣가시'로 여겼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이 누려왔던 혜택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편성 등 경영활동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강화되면서 두 기관은 정부나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 8월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서 두 기관에 소매금융을 더 이상 늘리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공기관 지정해제가 검토된 한국거래소는 이번에도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과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정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원칙'을 강조한 정부의 논리에 막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