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 조기 회복론' 힘실린다

■ 한은 "내년 3.9% 성장" 배경·전망상반기 재정.소비, 하반기 수출이 성장견인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전망은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은이 이처럼 내년도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상반기에는 재정집행과 소비지출의 증가가, 하반기에는 수출회복과 설비투자 증가가 경제회복을 이끌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등 국책 및 민간경제연구기관들이 최근 잇따라 성장률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신호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조기회복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내년 하반기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예상대로 나아지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테러 전쟁의 확전 가능성, 미국 IT 경기의 회복전망 등 불확실성에 주목하면서 내년 우리 경제를 전망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내년 경제전망 한은 전망을 토대로 내년 경제 시나리오를 그리면 다음과 같다. 미국 경제는 그동안의 금리인하,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 효과, 테러와의 전쟁 조기종결 기대에 따른 불안감 해소로 내년 중반께부터 회복세로 돌아선다. 국내 경제는 내년 1ㆍ4분기 중 올해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지만 이는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집행 확대에 따른 결과다. 즉 내년 상반기 우리 경제는 건설투자가 전년 동기대비 7.4% 늘고 민간소비도 3.6% 증가하면서 성장을 주도한다. 설비투자는 4.4%가 줄어들고 수출도 0.3% 감소할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가 되면서 상황이 바뀐다. 먼저 수출은 상반기 세계 경제 부진으로 감소세가 이어지지만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으로 8.7% 성장으로 돌아선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ㆍ자동차의 수출이 계속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하반기 이후에는 반도체ㆍ컴퓨터 수출도 소폭 증가로 돌아선다. 설비투자도 수출여건 호전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상반기 -4.4%에서 하반기 7.6%로 급반전한다. 반면 하반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상반기 수준을 약간 밑돌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교역조건 악화로 개인들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늘지 않고 개인부채 급증으로 개인소비가 제약받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우리 경제는 상반기에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경제를 떠받치면서 3.5% 성장을 주도하고 하반기에는 설비투자와 수출이 주도하면서 성장률을 높여 4.3%를 기록, 연간으로 3.9%의 성장률을 보인다. ◇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 발표한 3.3%(상반기 2.4%, 하반기 4.2%)에서 3.6%(상반기 3.0%, 하반기 4.2%)로 높여잡았다. 또 LG경제연구원은 11월 초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9%(상반기 1.8%, 하반기 3.9%)로 전망했으나 최근 3.5%로 상향조정했다. 이밖에 삼성경제연구원ㆍ한국경제연구원 등 다른 연구기관들도 내년도 전망치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목표를 당초 예상치보다 높여잡고 있는 것은 3ㆍ4분기 GDP 성장률,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실적 지표들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회복 불확실 요인=먼저 경제외적 요인으로 보면 대테러 전쟁이 조기에 종결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조기종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라크 등 주변지역으로의 확전 가능성이 새롭게 고조되고 있다. 대테러 전쟁의 중동지역 확산은 바로 국제유가 급등으로 이어져 모든 전망을 무색하게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미국 경기의 조기회복이 실제 가능하냐는 점이다. 이는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의 과잉투자가 실제 내년 중반 이후 해소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고 또 반도체 가격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회복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최근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수요쪽보다는 공급쪽 요인"이라며 "연말연시의 컴퓨터 성수기가 지나고 비수기가 와도 과연 반도체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느냐는 점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국장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가격이 잠시 하락했다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IT 산업의 회복과 함께 수요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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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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