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건교부의 풍선

지난주 말 건설교통부에서 풍선을 쏘아 올렸다. 풍선은 주인의 의도대로 언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재건축과 관련한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건교부)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환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부동산 가격상승의 주범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지목한 건교부는 다음달 발표할 8ㆍ31 후속대책의 하나를 담은 ‘발롱데세’(Ballon d'essai)를 띄운 것이다. 담당 고위공무원(주거복지본부장)의 입을 통해 ‘비공식’이라는 꼬리표를 매단 채 떠오른 풍선은 지자체와 국민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풍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했다. 내용물은 물론 색깔과 크기 등에 대해 끊임없이 수근대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는 비공식 꼬리표를 단 풍선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공식 발표가 아니므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는 게 시의 입장. 오히려 바람에 흔들려 이리저리 떠다닐 풍선을 걱정하는 눈치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안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며 ‘풍선은 풍선일 뿐’이라고 외면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건교부가 부동산정책의 실패 원인을 지자체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반발하지만 정책 혼선으로 이어질 정도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건교부발 풍선을 바라보는 국민이나 부동산시장의 반응도 예전과 달리 호들갑스럽지 않다. 실현 가능성과 정책 효과를 가늠하기에 앞서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을 잃어서다. 특히 풍선 자체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면 굳이 익지도 않은 정책을 슬그머니 흘린 뒤 여론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게 국민들이 풍선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마찬가지로 풍선을 띄울 때마다 정부 의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한층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을 다루는 부처 입장에서는 여론의 반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정책 담당자의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다. 의도와 달리 반응이 좋지 않으면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도 좋다. 때문에 ‘발롱데세’는 정책 입안자가 자주 애용(?)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무책임한 풍선은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는 수단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구나 풍선이 민감한 내용의 폭탄을 담고 있다가 터지면 파편이 과연 누구에게 떨어질지, 어떠한 논란과 혼란을 가져올지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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