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흑인단체 "13일 국민행진"… 흑백갈등 중대 기로

뉴욕 대배심 불기소 결정 이틀째

항의시위 美 전역으로 번지자

연방정부 '공정한 재조사' 약속

불법 담배를 팔던 흑인을 체포하다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에 대한 뉴욕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항의시위가 4일(현지시간) 밤 뉴욕 등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이날 물리적 충돌이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위대의 거리점거로 맨해튼 곳곳의 교통이 봉쇄됐다. 특히 흑인 인권단체들이 지난 1963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가 흑인인권대행진을 벌인 지 50여년 만에 오는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국민행진'를 하겠다고 공언해 지난달 '퍼거슨 사태'로 고조된 미국 인종갈등의 중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이날 저녁 맨해튼 남부 폴리스퀘어에는 이날 저녁 4,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시위자들이 운집했다. 이들은 "정의 없이 평화 없다" "모든 시스템을 폐쇄하라" "인종주의 경찰은 필요없다" 등의 격한 구호와 함께 흑인 에릭 가너가 죽어가며 남긴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시위대 일부가 맨해튼 서부 간선도로인 '웨스트사이드' 고속도로를 점거하자 뉴욕경찰은 후추 스프레이를 뿌려 행진을 막았다. 또 브루클린다리·홀랜드터널·링컨터널 등 맨해튼과 주변의 뉴저지·브루클린을 잇는 통로를 경찰이 폐쇄했고 스태튼아일랜드 여객선 운항도 밤 9시부터 중단됐다. 시위대는 경찰 바리케이드에 막히면 가너처럼 죽은 듯 땅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 in)' 시위를 벌였다.

뉴욕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이틀째를 맞아 시위는 미 전역으로 번졌다.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전날에 이어 100여명이 백악관 근처에서 다이인 시위를 했다. 또 보스턴·시카고·볼티모어·피츠버그·오클랜드·사바나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수백명이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를 방해하거나 도심에서 거리시위를 벌였다. 흑인사회의 공분이 심상찮게 전개되면서 미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날 미 연방정부가 '사건의 공정한 재조사'를 약속했고 뉴욕경찰도 백인 경찰관인 대니얼 판탈레오에 대해 내부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흑인 인권단체들이 전국적인 항의시위를 계획 중이어서 사태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앨 샤프턴 목사 등 인권운동 지도자 20여명은 긴급 회동해 오는 13일 뉴욕과 퍼거슨 흑인 사망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연방검사 임명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행진을 워싱턴DC에서 벌이기로 했다. 샤프턴 목사는 "(1960년대) 대행진과 불매운동으로 1964년 민권법과 1965년 흑인투표권 법안이 가능했다"며 "다음주 행진이 연방정부를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DC는 킹 목사가 50여년 전 일자리와 정의를 요구하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을 남긴 곳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