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취업 대란을 막는길/김농주 직업평론가(기고)

한국은 지금 취업대란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일자리 정책이 시급하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기업할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도 있다.2백대 기업의 올 하반기 설비투자는 19조2천4백68억원으로 전년대비 7% 감소될 전망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인력을 최소화 해서 운영하려는 생각이 매우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가을 대졸자의 취업이 특히 심각하다. 일자리는 7만8천개에 불과한데 대졸인력(미취업자, 불완전고용자 포함)은 31만7천여명이나 돼 23만여명이 미취업자로 남을 전망이다. 올 2·4분기중 제조업 상용근로자는 3백41만7천명으로 전년대비 5.4%, 일용직은 9.2% 감소했고 반면 서비스업의 상용근로자는 7백88만7천명으로 4.3%, 일용직은 무려 11.2% 증가했다. 일자리가 줄면서 고용의 질적구조도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은 국가의 힘이다. 제조업을 경시한 나라는 국력이 쇠락해갔음을 우리는 20세기 세계사에서 보아왔다. 제조업의 쇠퇴에는 여러요인이 있다. 기술의 진보, 직업시스템의 혁신, 조직의 재편, 매출액의 변화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상당수의 제조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는데 있다. 국내의 높은 지대, 정부의 규제정책, 고임금 등이 한국 기업의 해외이전과 해외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정책당국은 제조업체들의 해외이전을 바라만보고 있다. 해외이전을 국가 발전전략인양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기업의 해외 이전으로 96년 2·4분기에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 10만3천여개가 감소한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주요 선진국은 자국으로의 기업유치에 혈안이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그 공장에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를 육박하는 유럽의 실업률에 비해서 그래도 나은 6%대의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확보해주기 위하여 갖은 정책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공장부지 50만평을 불과 1달러에 팔고 그 부지에 한국의 선경그룹 계열사 중의 하나인 SKC가 현지공장을 짓도록 했다. 96년 4월의 일이었다. 커빙턴시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지않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장기적으로 보고 저가의 지대만을 부담하고서 선경이 투자를 하도록 유인책을 쓴 것이다. 앞으로 이 커빙턴시에 SKC는 총 15억달러를 2005년까지 투자하여 제조공장을 짓게 된다. 이처럼 최저의 지가정책을 통하여 미국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한 정책수단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단순기능직 임금을 월 1천달러수준으로 묶어 놓고 외국기업의 제조공장의 자국내 진입에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도록 배려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진입을 쉽게 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민의 일자리 확보를 위하여 다른나라보다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외국의 제조기업이 러시아 영토내에 공장을 세울 때에 공장을 세우는 기간은 물론 제조공장이 본격 가동되어 뿌리를 내리게 되는 3년간은 매출세, 수입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도록 한시적 면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러시아 청소년은 병역을 마치지 않고 일정기간 이 회사에 일하면 병역면제의 특혜를 준다. 외국인 회사들이 안심하고 젊은 인력을 장기 채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정책목표는 자국청소년의 고용증대와 직업능력 향상을 자국내 투자 외국기업에서 얻고자함에 있다. 이들 나라는 미래에 불어닥칠 일자리 부족현실에 대한 대안을 하나씩 실천해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제조기업들의 외국으로의 다수이동은 국내 실업계에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져온다. 또한 일자리가 필연적으로 감소된다. 따라서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외국으로 이동하는 국내 제조공장들을 가능한 한 국내에 설립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외이전을 모색하는 범국가적 정책검토가 있어야 한다. 70∼80년대 일본제조업체들이 공장을 무비판적으로 대량 해외이전한 후 8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일본인들은 국내 일자리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또한 국내의 기업가들이 국내에서 기업할 의지와 조건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취업대란의 종국적 치유책이다. □약력 ▲53년 전남 여천출생 ▲부산 동아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한국미래직업연구소장 ▲연세대 취업담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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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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