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경제로·제조업→서비스업·국내경영→글로벌경영/정보통신·유통·영상 등 매머드시장 급부상/“미래 주도산업 예측 불허”/성급한 투자 지양을“고도정보화 사회는 선진국 추세다, 하지만 선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쏟아야할 노력의 몇분의 1만 후발개도국에 투입하면 보다 큰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고도정보화 사회다. 이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도정보화 사회는 20세기의 경쟁력요소를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양적팽창에서 질적고도화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국내경영에서 글로벌경영으로 모든 체제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이런 체제를 갖춘 그룹이 21세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주요그룹들은 이런 전망에 맞추기 위해 21세기 유망사업으로 지적되는 정보통신, 유통, 영상 등 새로운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그길이 최선이냐」에 대한 의문과 회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품질수준, 국가 및 제품이미지 등을 종합할 때 과연 이 추세에 적극 부응하는 것만이 생존의 유일한 방안인가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재계차원의 검증없이 너도나도 나설 경우 적잖은 문제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그룹들은 정보통신과 유통을 비롯 영상, 멀티미디어, 우주항공 등 소위 차세대 유망산업에 지나치게 경쟁적으로 진출, 경제는 물론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통분야에서는 국내 30대 재벌그룹의 대부분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했거나 추진하고 있고, 특히 외국유통업체들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경쟁은 도를 넘은 상태다. 대농그룹 계열의 미도파, 진로계열의 아크리스가 부도방지협약대상으로 지정됐고, 지역 유통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통신도 휴대폰, PCS(개인휴대통신), TRS 등 유사분야의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가격인하 경쟁이 심화되면서 벌써부터 구조조정론이 제기될 정도다.
영상분야의 경쟁도 지나쳐 국내업체들은 세계 영화업계의 봉으로 인식되고 있다. 반대로 제조업의 위축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우리기업들의 현 능력에서 제조업을 등한시 하고도 21세기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대해 업계에서는 지나친 몰입은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고도정보화 사회는 선진국 추세. 따라서 여기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보면 우리가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는 후발개도국 시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선진시장에서 경쟁력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쏟아야할 노력의 몇분의 1만 후발개도국에 투입하면 보다 큰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가전업체들이 냉장고와 세탁기 등 백색가전 제품에서 사실상 포기상태를 보이다 최근 후발개도국 중심의 생산 및 판매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은 것을 그 예로 지적하고 있다. 또 미국, 일본업체들이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20년전의 기술을 투입해 차를 만들고 있는 것은 첨단기술 못지않게 시장을 위주로 한 전략의 중요성을 뜻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21세기는 고도산업사회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아가는데 대한 반론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이같은 전략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는 곳도 많다. 정보화시대에 대비하면서도 본격적인 산업사회에 돌입한 중국, 동남아, 동구권 등 후발국가들을 공략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1세기에는 정보시대에 걸맞는 기술력과 함께 식량, 유전, 광산자원, 소금 등 자원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도 경쟁력을 좌우하는데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삼성, 대우, 선경, 쌍룡, 한화, 삼천리 등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런 추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재 미래유망 산업으로 지적되고 있는 분야의 환경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점도 「첨단최선론」에 새로운 인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정보통신산업. 지금 국내에서는 정보통신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과연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정보통신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것은 서비스의 독과점체제에 따라 요금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통신요금이 경쟁적으로 인하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지금과 같은 이윤은 보장될 수 없다』고 말한다. 더구나 국내 통신시장이 개방되면서 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통신분야에서도 좁은 국내시장에 얽매이지 말고 해외로 적극 진출, 경쟁력을 갖추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21세기에 던지는 직격탄. 그것은 이렇게 정리해도 되지 않을까.
『자신의 경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라.』<박원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