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 업체인 그린케미칼(대표 소재춘)은 소비재 회사로 변신을 시도중이다. 이 회사는 저온탈지제, 표면경화제, 불소처리제 등 산업재를 생산해 포스코, 동부제강, 현대건설, 두산건설, 철도청, 한국전력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분야에서 기술력 최고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최근 설탕으로 만든 세제를 포함해 획기적인 환경소재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설탕 원료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주방용 세제는 먹어도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 이 세제는 미국 식약청(FDA) 시험결과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알킬페놀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납과 수은 등 10여종의 중금속과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 사장은 “현재 대기업인 S사와 그린케미칼이 생산하는 주방용 세제(제품명 슈가 버블) 등 소비재에 대한 내수판매 계약을 진행하고 있으며, S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S사의 국내 유통망을 통해 내수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사는 슈가버블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 내수판매 독점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제품은 주방세제로는 유일하게 한국화학시험연구원으로부터 S(안전)마크 인증서를 받았으며, 그린케미칼은 최근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포항 청하농공단지에 2,200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생산라인을 깔았다.
주위에서는 이번 개발로 LG, 애경, CJ, P&G 등 대형 4개 회사가 80%를 장악하고 있는 국내 주방세제 시장에 판도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린케미칼이 국내 판매계약을 진행중인 S사는 최근 소비재 분야를 집중 육성시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슈가버블에 대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케미칼이 설탕으로 만든 주방세제를 개발한데 대해 주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 회사는 소비재 분야에 진출하기 이전 산업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이미 검증받았으며, 산은캐피탈의 경북 벤처펀드 1호 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그린케미칼이 생산하는 저온탈지제는 강판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품으로 이전에는 80도 이상 고온을 유지해야 했지만 이 제품은 50도에서도 기름제거가 가능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저온탈지제는 포스코 전 생산라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광양제철소, 동부제강, 동국산업 등에도 공급되고 있다. 그린케미칼의 산업재 기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히타쯔사가 국내 신용평가사를 통해 회사 조회를 요구했으며 이 회사 제품판매 전담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히타쯔사는 이달부터 일본과 중국에서 그린케미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이 회사는 석탄운송 때나 건물 공사장에서 석탄이나 흙먼지가 날리는 것을 막아주는 표면경화제도 생산하고 있는데 철도청과 한국전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현대건설, 두산건설 등 대형 건설사와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표면경화제는 석탄이나 공사장의 야적물 위에 뿌리면 투명한 막을 형성해 먼지발생을 방지해주기 때문에 건설공사장, 토목공사장, 아파트 재개발 현장, 절개지 공사장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철도부가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아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고, 국내 철도청에 납품되면서 석탄운송과정에서 발생되는 먼지 민원을 크게 줄였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 회사들이 생산공장을 찾아 공장실사를 진행하거나 샘플을 요청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9년 설립된 신생 벤처기업지만 기술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소 사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에 14년간 근무했으며 책임연구원 당시 50개의 특허를 출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자본금은 10억원이며 산은캐피탈이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0억원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소재춘 사장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성공밑거름"
“주위에서 내뱉는 냉소와 비아냥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설탕 성분으로 어떻게 인체에 무해한 주방용 세제를 만들 수 있는냐`며 비웃음을 받았지만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소재춘 사장은 제품을 직접 먹어보고 눈에 넣어보면서 제품개발을 주도했으며 결국 미국 FDA와 한국화학시험연구소로부터 기술력을 검증 받았다. 요즈음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소문을 듣고 판매계약을 요청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저온탈지제, 표면강화제 등 산업재 위주로 제품을 개발했지만 이번 주방용세제 개발을 계기로 소비재 분야로 적극 진출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여성용 및 유아용 세정제를 비롯해 탈취제, 김서림 방지제, 정전기 방지제 등을 잇따라 선보여 내수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체에 무해한 목욕용품과 베이비 용품도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며 조만간 출시될 전망이다.
소 사장은 “지난 99년 창업 이후 매년 10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방세제의 경우 대기업에 OEM 공급하는 것과 별도로 슈가 뷰티, 슈가 베이비, 슈가 버블이라는 고유 브랜드로 내수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50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90억원 이상의 매출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