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위기의 경제, 해법은 있다

2007년 새해 벽두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는 혁신 주도형으로 질적 변화를 추구해 성공하고 있다”고 장담한 데 이어 지난 3월 초 참여정부 4년간의 경제 업적을 92점, A학점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3월 중순 “한국경제는 삼성뿐 아니라 나라 전체가 어려우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4~6년 후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어느 쪽의 진단이 옳은가. 필자는 98~2000년까지 일본 게이오대학의 방문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현지의 한국경제 연구자 15명을 면담한 후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는 2006년을 기점으로 기술의 일본을 못 뛰어넘고 중국의 기술, 가격 추격에 성장 동력을 잃고 침몰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린 바 있다. 이 회장의 경고와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10대 수출품의 부품ㆍ소재ㆍ장비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매년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의 증가하면서 이미 일본의 기술속국에 이르게 됐다. 이를 쉽게 극복하기는 힘든 상태다. 중국 역시 우리가 IMF를 맞을 때부터 태풍ㆍ노도처럼 추격해 오고 있다. 우리가 IMF 구조조정으로 관민 기술연구소의 과학자를 우선 감면하고 과학기술부 폐지를 검토하고 있을 때 중국은 해외교포 과학자 10만명 영입과 전국에 53개 하이테크단지를 설립했다. 현재 우리의 10대 수출품의 중국과 기술경쟁력 차이는 1~2년으로 바짝 좁혀진 상황이다. 중국은 소형 자동차 등 몇 개 품목은 가격ㆍ기술면에서 우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겐이찌(大前硏一)는 2년 전 “삼성전자는 탯줄이 일본에 연결돼 있어 부품ㆍ소재ㆍ장비를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고 현대차가 도요타와 미국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20년 주기의 4~5회 모델 변경에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데 어려울 것이다. 한국 기업은 규모보다 깊이에 신경 써야 한다. 원천 기술이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범용품(汎用品)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위기 예감을 갖고 한 말이었다. 특히 수출의 바로미터인 대미 수출 증가율이 일ㆍ중에 뒤지고 시장점유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수출 감소는 환율하락이 그 원인 중 하나지만 기술력ㆍ생산성 경쟁에서 이들 국가에 뒤쳐진 구조적 요인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이 GDP의 70%를 차지해 수출이 부실해지면 경제 전체로 위기가 확산된다. 여기에 수출 부실을 메울 수 있는 관광ㆍ금융ㆍ의료ㆍ교육 등 서비스 분야는 낙후돼 경상수지 적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위기에 완전히 노출된 셈이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와 뒤쳐진 서비스 분야를 단칼에 개혁, 개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정부ㆍ민간ㆍ기업 등 각 경제 주체가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정부가 딴청을 부리면 위기는 심화, 확대될 것이다. 둘째, 대통령은 ‘기술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프랑스가 농축산 국가에서 전자ㆍ항공 분야의 첨단 국가가 된 것은 ‘드골’의 기술비상령 때문이었다. 선택과 집중, 전국민적 동의, 퇴임 후의 성과 등이 그의 지도력의 핵심이었다. 셋째, 기업가정신, 창업정신을 진작시켜야 한다. 10대 그룹이 60조원 투자예비자금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터야 한다. 반도체는 시간과 싸우는 업종인데 하이닉스의 증설 투자지역을 놓고 시간낭비, 지역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풀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제 연말 대선 기간까지 경제는 더욱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어갈 것이다.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경제에 전념해 더 이상 위기의 진전을 막아야 한다. 경제는 A학점이란 몽환(夢幻)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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