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Editor's Letter] 공명과 조조

고개를 잠시 들어 보세요. 그리고 주위를 돌아보세요. 단풍이 절정입니다. 주말이면 단풍 구경을 위한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래서 밤에는 차량 후미등의 붉은 빛이 또 다른 단풍이 됩니다. 이제 머지 않아 눈오는 겨울이 오고 다시 새싹 돋는 봄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겠죠. 누구나 다아는 변하지 않는 세상의 이치입니다. 세상 이치는 세월이 가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작은 ‘역풍’은 항상 있습니다. 겨울에 동남풍이 불기도 하고 여름 북서풍도 있습니다. 국민 필독서로 자리잡은 삼국지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촉의 군사 제갈공명이 조조의 100만 대군을 깬 적벽대전을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갈공명은 양자강 지역에 가끔 겨울 동남풍이 분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해 누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조조는 겨울에는 북서풍만 불 것을 믿었습니다. 결과는 ‘역풍’을 알았던 공명의 대승이었죠. 제갈공명과 조조가 다시 살아와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누구의 수익률이 높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적벽대전에서는 공명이 이겼지만, 주식시장에서는 조조가 이길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작은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 보다는 세상의 이치를 믿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공명이라고 해도 한두번 변화를 맞출 수는 있겠지만, 모든 변화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테니 까요. 주식시장은 일정기간 큰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순간순간은 반대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입니다. 상승장에서도 계곡은 있고, 하락장에서도 산은 나타납니다. 특히 요즘같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들이 많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의 경기동향과 금리 움직임, 중국의 초고속 성장과 증시 거품,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 원화강세 등이 증시의 산과 골을 만들어 냅니다. 공명같으면 이런 외풍을 이용한 전략을 짜겠지요. 하지만 조조는 세상의 이치를 믿고 그냥 묻어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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