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보험·증권사에 해외은행 인수 허용] 방카슈랑스로 판매채널 확대 가능… 보험사 글로벌화 디딤돌 역할할듯

■ 실효성 있나

태국·베트남·인니 등 현지 규제는 강화 추세

당장 은행인수 시도보다 업무제휴·지분투자 예상


그간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금융사와 자웅을 겨루기에는 역량이 부족한데다 국내의 각종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지원사격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규제가 족쇄 역할을 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조치는 국내 보험사 입장에서는 반길 만하다.

저금리 기조와 국내 시장 포화로 갈수록 수익성 압박이 큰 차에 해외 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규제완화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당국은 지난 4월 국내 보험사의 해외부동산업 자회사 설립 방식을 기존 승인 방식에서 신고 방식으로 간소화했고 이번에 해외 은행 인수도 허용함으로써 보험사의 활로 모색을 제도적 측면에서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거듭 확인시켰다. 대형 보험사의 한 고위 임원은 "당장 보험사의 해외 은행 인수가 현실화되기는 여건상 어렵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해외로 뻗어 나가길 바라는 국내 보험사의 의욕을 고취시켜 글로벌화의 밑돌을 놓는 모멘텀이 될 여지는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주로 자산운용 수익을 늘리기 위한 대체투자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 있는 호주우체국NSW본부 빌딩, 런던 서티그레셤빌딩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한화생명도 9,000억원 규모의 영국 롭메이커빌딩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자산운용을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도 결국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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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해외 은행업 겸업 허용은 국내 보험사가 자산운용 수익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영업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우회 지원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규제완화가 글로벌화의 심도를 강화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보험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동남아 이머징마켓이 유일한데 동남아 시장은 금융산업 발전의 초기 단계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아직 먹을 게 있다.

해외 은행 투자로 판매 채널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방카슈랑스에서 성과를 기대해봄 직하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중국 은행과 손잡고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와 영업을 통한 현지화가 투트랙으로 동시에 진행돼 보험사의 글로벌화도 진일보가 가능해진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시장 성장잠재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구축하지 못하면 시장선점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현지 은행을 인수하면 방카슈랑스를 통해 초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해외 현지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한 예로 동남아의 금융 청정지역으로 평가 받는 태국의 경우 국내 은행의 현지 진출 조건으로 최소 자본금 200억밧(약 7,194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웬만한 우량 금융사를 인수할 만한 금액이어서 국내 금융사로서는 메리트를 느끼기 어렵다. 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현지 금융시장 구조조정을 이유로 외국계 자본에 대한 벽을 높게 쌓아놨다. 시중 은행에 비해 자산이나 업력, 인적자원 등이 모두 뒤지는 보험사들이 해외은행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당장 해외은행 인수 시도가 나타나기보다는 업무제휴나 지분투자 활성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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