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대통령의 오판은 비극 초래" 역사는 말한다

■ 대통령의 오판 (토머스 J.크라우프웰 외 지음, 말글빛냄 펴냄)<br>워싱턴, 위스키세 인상으로 정권교체<br>케네디, 쿠바 피그스만 공격 역풍등<br>美 대통령들의 치명적 실수등 다뤄



누구나 실수는 하고 산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했을 경우 대재앙에 가까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는 역사가 말해 준다. 독립전쟁을 막 끝낸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지역 정부의 부채 총액이 8,000만 달러(현재 가치로 10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상황에 놓이자 재원 확보를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물게 했다. 위스키 1갤런 당 10센트의 세금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위스키 한 잔 맘 편히 못 마시게 된 시골 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3년이나 지속됐다. 가난한 농민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무력 행사는 유권자들에게 "연방주의자들은 권력에 굶주린 전제주의자로 언제든 각 주와 개인의 권리를 짓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결국 유권자들은 조지 워싱턴에게서 등을 돌리고 토머스 제퍼슨의 민주공화당으로 정권을 넘겨 주었다. 젊은 정치가로 승승장구하다 최연소 대통령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존 F. 케네디도 치명적인 오판을 했다. 취임한 지 3개월 밖에 안 된 대통령에게 당시 앨런 덜레스 CIA국장은 "쿠바 출신 망명자들을 앞세워 쿠바 남부 피그스만을 공격하면 쿠바 전역에서 카스트로 정권에 항거하는 대규모 소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케네디는 아이젠하워 전 정부 때 수립된 이 피그스만 '침공작전'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반대나 적극적인 찬성 없이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끌려 갔다. 1961년 4월 미국은 1,300여명을 동원해 피그스만을 침공했고 68명 사망에 1,200여명이 포로가 되는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쿠바에서 카스트로의 지배력은 오히려 강해졌으며 쿠바와 미국은 완전한 적이 된다. 케네디의 미숙함과 나약함이 촉발한 결과라는 역사의 꼬리표도 붙었다. 미국의 역사학자와 언론인이 공동으로 쓴 이 책은 미국 역대 대통령 18명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이 미국과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짚어 본다.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에 비례해 그들의 오판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불러왔다. 영국과 프랑스가 미국 선박ㆍ선원들을 억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토머스 제퍼슨이 실행한 '출항금지법'은 3만 명 선원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고 명문 상업가 집안을 몰락시켰으며 전국적인 경제 불황을 초래했다. 린든 B. 존슨 36대 대통령은 베트남 통킹만 지역에서 일어난 미군과 현지 순시선의 충돌에 대해 의회에서 거짓말을 했고 이로써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는 계기를 촉발했다. 차기 대통령이 된 리처드 닉슨은 베트남 전쟁 종식과 공산당 세력을 제거하고자 캄보디아 폭격을 진행했다. 부정확한 비밀 폭격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고 '워터게이트' 사건까지 터지자 닉슨은 은폐와 거짓말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저자들은 "대통령을 평가하기에 앞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처해있던 상황, 선택권 등을 재검토해 그렇게 행동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지금의 대통령들은 훗날 어떤 역사로 남을지 생각하게 만든다.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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