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본­경영 짝짓기/이균성 기자(기자의 눈)

「자본과 경영」.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엘렉시스 파크 리조트에서 지난 17, 18일 이틀간 열린 40개 벤처기업에 대한 설명회는 자본과 경영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케했다. 20대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이들 벤처기업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벤처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투자설명회를 쉽사리 접할 수 있다.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이 없을 때 사업계획서를 일반에게 제시하고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본을 대는 자리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겁없이 기업을 세우겠다고 나서는 것은 아이디어만 팔리면 얼마든지 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비용도 필요없다. 세무서에 사업신고만 하면 된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겠다는 통과의례다. 우리처럼 창업하는데 수백가지 서류를 구비하고 공무원들의 비위를 맞춰야 할 필요도 없다. 자본금에 대한 기준은 말할 것도 없다. 10달러의 자본금으로 창업해도 되고 주권을 발행할 필요도 없다. 돈을 댄 사람은 출자자로서 만족하고 기술개발과 경영에는 「노터치」다. 물론 나중에 기업이 커지면 전문경영인이 회사경영을 맡는다. 소유와 경영의 역할분담이다. 오늘의 미국을 일군 것은 정부의 거창한 산업육성책에 있는게 아니다. 바로 기업에 간섭하지 않는 정부와 자본과 경영의 철저한 분리에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함께 벤처기업을 국가경제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으면서도 기술개발보다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문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우리 벤처기업가들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이들이 언제쯤 자본조달걱정없이 기술 하나만으로 쉽게 창업하는 풍토가 조성될 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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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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