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의 고도화ㆍ고수익ㆍ고효율을 목표로 한 권오갑(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3H(High)전략'에 본격적으로 탄력이 붙고 있다. 권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3년 차를 맞아 기존 정유사업 위주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 아래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대산공장 고도화설비 증설로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에도 윤활기유공장의 특허설계와 함께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 공장의 일관 공정 시스템 도입도 계획하며 미래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달부터 윤활기유 생산공장의 특허설계를 시작했다. 특허설계는 약 6개월가량 소요되며 늦어도 내년이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남 대산공장 부지 내에 지어지는 윤활기유공장은 하루 1만2,000~1만4,000배럴가량의 윤활기유를 생산하게 된다. 윤활기유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오는 2020년 목표로 한 매출 30조원 가운데 윤활유 사업이 3.3%를 차지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뒤늦게 윤활유 사업에 뛰어든 것은 최근 윤활유 사업이 높은 수익성을 토대로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 실제로 정유사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이 1~3%대에 불과한 반면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0%를 웃돈다. 특히 S-OIL은 지난해 3ㆍ4분기 누적 윤활 부문 매출(1조8,036억원)이 정유 부문 매출(18조4,406억원)의 10분의1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5,282억원)은 오히려 정유부문(4,265억원)을 앞질렀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아직 윤활유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로서는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BTX 공장의 일관 공정 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BTX 공장은 플라스틱 용기나 화학섬유ㆍ합성세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로 석유화학업계의 대표적인 고부가가치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일본의 코스모석유가 만든 혼합자일렌(MX)을 원료로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향후 원료까지 자체 생산하는 일관 공정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효율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앞서 권 사장은 지난해 추가로 6,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완공을 목표로 BTX 설비 증설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이처럼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데는 미래 성장동력의 발굴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권 사장의 지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말 임직원들에게 "2012년의 경영목표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도약'"이라고 선언하며 "이를 위해 원유정제에 치우친 현재의 사업구조를 넘어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동력의 발굴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현대오일뱅크가 과거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회사인 IPIC의 관리 아래 있던 시절만 해도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 편입 이후 새롭게 부임한 권 사장은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고도화ㆍ고수익ㆍ고효율을 추구하는 3H전략으로 실행되고 있다. 이 같은 3H전략은 경영실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0년 13조3,2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8조9,000억원으로 40% 넘게 증가했으며 특히 2008년 62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2010년 2,235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5,500억원으로 3년 새 9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권 사장이 새로 부임한 뒤 신사업 발굴과 해외시장 진출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직원들의 자신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