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밑 지역구 의원들 "바쁘다 바빠"

구제역 방역…송년회 얼굴 내밀기…지역주민과 만남…<br>술자리 피해 강연회 등 대안 모색도

정병국 의원

김영우 의원

홍재형 의원

이윤석 의원

하루에 저녁만 세 번 먹는 고역을 치르면서도 겉으론 웃고 있는 정치인.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연기자 최수종이 그린 대권 주자의 모습이다. 연말연시 지역구 국회의원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역 주민들의 송년회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기 위해 저녁 약속만 7~8개를 잡으며 동분서주하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구는 방역활동을 하느라 초소를 지키고 일찌감치 시작한 장외투쟁과 지역구 방문을 동시에 하느라 의원들은 몸살을 앓고 있다. 술자리에 나가 분위기 띄우는 '송년회 얼굴 내밀기'에 회의를 느끼는 의원들은 강연회 등 대안을 찾는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도 포천ㆍ연천에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15일부터 비상대기상태다. 동네 길목마다 세워진 60여개의 방역 초소를 돌거나 아예 직접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보좌진도 내려와 이틀 동안 하루 5시간씩 초소를 지켰다. 시청ㆍ군청 공무원들을 잠시나마 쉬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성탄전야인 24일 영하15도의 추위 속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15개 초소를 지키는 공무원들을 방문해 쌍화차와 허브차를 건네며 위로했다. 김 의원은 "구제역 대책 법안을 만드느라 아침에는 서울에, 오후에는 지역에 가는 활동이 15일째"라고 전했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 중에 내가 제일 까다로운 지역구"라고 말하곤 한다. 그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ㆍ신안에는 섬이 모두 1,004개 있고 그중 사람이 사는 섬만해도 70개가 넘는다. 올해는 유난히 일찍 끝난 정기국회 이후 소속 정당이 장외투쟁에 돌입했기 때문에 한 번 가면 며칠씩 걸리는 지역구 섬 방문을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다. 이 의원은 "배를 빌려 하루 네다섯 군데 섬을 돌다가 해가 지면 그 섬의 마을회관이나 이장 댁에서 잠을 잔다"고 말했다. 침낭과 세면도구는 늘 갖고 다닌다는 그는 하룻밤 묵은 섬 마을의 주민들과는 가정사까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도다. 이 의원은 "주민들 이야기에 의정활동 답이 다 있다"고 전했다. 중진의원들의 지역구 노하우도 다양하다. 3선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구 내 생일을 맞은 주민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하는 점을 다선의 비결로 꼽는다. 3선으로 국회 부의장인 홍재형 민주당 의원은 72세의 고령에도 1주일에 3일은 무조건 지역구를 찾아 주민들과 만난다. 반면 무턱대고 송년회 술자리를 돌아다니는 지역구 활동과 선을 긋는 의원도 있다.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둔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1년에 100번이 넘는 강연회를 연다. 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본인의 장기인 교육에 관한 강연회를 여는데 일반 주민과 교육ㆍ복지를 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홍 의원은 "미국처럼 의원과 지역 주민들이 스킨십도 하면서 정책을 논하는 타운홀 미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로 도시 지역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한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직능 단체 모임에서는 그들이 국회의원에 민원을 요청하는 입장이라 '우리 의원이 잘했다'는 소리만 하고 향우회 술자리는 가서 '형님 예산'이라는 말만 하면 '술 맛 떨어진다'고 화를 내니 정부 정책을 홍보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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