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6일] 누구를 위한 폭락론인가

미래 예측에는 항상 두 개의 시선이 상존하게 마련이다.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는 유토피아적 시각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던 눈부신 경제 성장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바탕으로 노력한 결과다. 반면 디스토피아적 시각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게 해준다. 다가올 위기에 적절히 준비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이 두 가지 주장이 오랜 논쟁을 벌여 왔다. 상승론과 하락론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부동산 시장에는 상승론이 지배적이었다. IMF위ㆍ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사건이 때때로 시장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국내 경제가 더욱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이 대세 상승론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락론 쪽으로 무게가 쏠리며 기존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하락론을 넘어선 폭락론이 몇몇 민간 연구소와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번지더니 이제는 일본식 부동산 버블 붕괴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춤하는 아파트 매매 값은 집값 폭락의 전조"라는 말에서부터 "수도권 아파트 값이 지금의 6분의 1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들이 그렇지않아도 떨어지는 집값에 한숨을 내쉬던 주택 소유자와 매수 대기자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 특히 불안감에 사로잡힌 수요자들이 주택 매수를 꺼리면서 전셋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파는 집'은 넘쳐나는데 '사는 집'은 줄어들기만 하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 소유에 대한 부담감이 오랜 시간 허리띠를 졸라 저축해 오면서 내 집 마련을 꿈꿔온 수요자들의 발목을 붙잡아 전세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폭락론자 대부분은 서민들을 위해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논리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6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니 무조건 팔라는 식의 대책 없는 폭락론은 거둬들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집값이 이같이 폭락하면 나라 경제도 나락으로 빠지면서 주거안정 자체를 꾀할 수 없게 된다. 폭등론 못지않게 폭락론 역시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는 해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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