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상업학교 동창·제자들 벅찬 감회/「까꾸리 참외선생」 반세기만에 보다니…/전력시비 말고 일할수 있도록 도와주자/월남총동창회 내달17일 귀순 축하행사 갖기로『나야 나, 창순이. 평양상업2회 졸업생』 『반갑습니다. 선배님.』
황장엽 북한노동당 전 비서를 20일 서울공항에서 벅찬 감격으로 맞이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평양상업 동문들이었다. 공항에 마중나간 유창순 전 국무총리가 손을 덥썩 잡으며 반기자 황전비서도 감격에 겨워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유전총리는 평상2회로 7회인 황전비서보다 5년선배. 유전총리는 황씨가 북경에 머물동안 팩스를 보내 『걱정말고 건강하게 지내라. 한국에 들어와 만나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평양상업학교의 동창·제자들은 이날 「까꾸리 참외선생」과의 반세기만의 해후에 가슴졸이며 그가 남한에서 맞이할 새인생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삶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황씨는 얼굴이 마치 참외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자들로부터 「까꾸리 참외」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황씨와 담 하나를 두고 이웃에 살며 같은 반 친구로 절친하게 지냈던 강기석씨(75·7회 졸업)는 『장엽이의 망명 소식을 들은뒤 그의 안전한 입국을 위해 새벽기도를 빼놓은 적이 하루도 없었다』고 감회를 말했다.
1백50여명의 동창들로 구성된 총동창회의 임로춘 동창회장(72·8회졸업)은 『내달 17일 힐튼호텔에서 황선배의 귀순을 축하하는 총동창회를 열 예정』이라며 『안기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임회장은 또 『국내에 사는 황선배의 동기동창 4명은 물론 12명의 일본인 동기동창들도 모두 초청할 것』이라며 『황선배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닥칠 위험을 무릅쓰고 귀순한 만큼 통일에 도움되는 일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동창회는 축하연을 위해 동문 기수별로 수천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로부터 주산·암산·경제학 등을 배웠던 14, 15회 졸업생들도 은사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결같은 희망을 전했다.
황씨의 제자였던 오윤진 전 상명여대 교수(69·14회졸업)는 『황선생의 전력을 놓고 말이 많으나 귀순 자체가 과거의 모든 사상과 노선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따뜻하게 맞아 줄 것을 호소했다.
이현섭씨(70·14회졸업)도 『선생이 공산주의자였던 것은 사실이나 뒤늦게나마 잘못을 뉘우치고 귀순한 만큼 일부 정당에서 전력을 따져 비난만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넓은 마음으로 선생을 감싸 민족의 화해를 위해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말했다.<권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