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 대한 은행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달리 대기업들은 은행 대출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64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잔액은 작년 9월 말 164조9,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은 지난 2월 1천억원 감소세로 돌아선 이래 6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 말 168조9,000억원보다 4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조2,000억원이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 상환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대한 은행의 대출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금은 올 들어서만 36조9,000억원 늘어 7월 말 잔액이 543조8,000억원에 달했다. 대기업 대출금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대기업의 경우 저금리를 활용한 회사채 발행이나 CP, 주식 발행 등 직접 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굳이 은행대출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다.
자금조달 수단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회사채는 지난 5월 순발행(발행-상환) 규모가 1조9,000억원에 달했고 6월에도 1조1,000억 원어치가 발행되는 등 올 들어 3조3,000억원 규모가 순발행됐다.
주식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쳐 올 들어 3조3,000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CP는 올해 순발행 규모가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신규 투자를 꺼리면서 자금을 비축해 놓고 있는 것도 대기업 은행대출이 감소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여신이 많으면 재무구조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과 채권단의 간섭을 받는 등 규제가 따른다”면서 “대기업 여신감소는 이런 상황에다 자금조달 비용의 감소와 투자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