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국내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문제를 공론화하자고 제의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에 따라 국내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막다 보니 결과적으로 외국 투기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었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은행과 외환은행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은행자본이 아닌 투기자본에 의한 국내 은행의 소유 및 지배는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단기간에 주가를 올려 시세차익을 챙기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부실화된 국내 은행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의 성격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고 투기자본이라 하더라도 은행의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외화자산을 비롯해 시중의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만도 수십조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자본이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투입돼야 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이 미래 유망 분야라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윤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금융-산업 분리원칙에 따라 이처럼 효율적인 분야에 대한 자원배분이 안되다 보니 우리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과거 일부 대기업들이 계열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는 부작용이 적지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지배구조의 개선과 함께 주주의 권한이 크게 신장됐을 뿐 아니라 은행과 기업간의 방화벽을 강화함으로써 은행이 특정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반 여건 변화를 감안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이제 케케묵은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금융과 산업의 분리원칙이 나름대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주권의 상실 위험 등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문제는 여건과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