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경제정책 방향IT.BT등 3년내 500개 세계 일류상품 개발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올해 경제운용 과제의 핵심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있다.
김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기술(IT), 생명산업(BT), 문화산업(CT), 환경산업(ET), 나노기술(NT), 우주항공산업(ST) 등 차세대 첨단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3년 이내에 500개의 세계 일류상품을 개발하고 물가와 실업률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구호는 요란했지만 언제나 되풀이되던 메뉴에다 현실성이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4대 과제, 4대 행사
김 대통령이 14일 제시한 4대 과제는 ▲ 세계적 수준의 경제 경쟁력 강화 ▲ 중산층과 서민생활 향상 ▲ 부정부패 척결 ▲ 남북관계 개선으로 요약된다.
과제의 절반이 경제 분야의 현안으로 채워졌을 정도로 경제문제에 비중이 크게 실렸다.
올해 중점을 두고 치러야 할 4대 행사는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경제경쟁력 확보
김 대통령은 "ITㆍBTㆍETㆍCTㆍNT 등 차세대 첨단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전통산업을 첨단기술과 접목시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경쟁력강화 방안은 그동안 수차례 밝혀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7,492억원의 예산을 들여 광통신과 4세대 이동통신기술 등 IT 핵심기술 및 IT와 관련된 NTㆍBT 접목기술, 컨텐츠 관련 기술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4,500억원을 들여 DNA칩과 단백질칩 등 경쟁력이 있는 핵심기술의 개발 및 상업화를 지원하고 나노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 등 전략적 NT개발에도 1,8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3~5년이 우리 경제에 가장 중요한 해"라며 "올해 경제운용의 근본적인 틀은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 5%대 성장도 가능
대외경제 여건이 좋아진다면 올해 연간 5% 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지만 우리 경제를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진 부총리는 "올 하반기에는 5% 성장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정부는 성장률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수출과 투자가 뒷받침되는 견실한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잇따르고 있는 각종 게이트로 인해 벤처기업들을 모두 사기꾼으로 치부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다음달 말까지 벤처기업을 진정한 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구조조정 지속 추진
김 대통령은 "은행들이 지난해 만성적인 적자상태에서 벗어나 총 5조원 수준의 흑자경영으로 돌아섰다"면서 "이 기회에 정부는 은행의 민영화를 착실히 추진해 금융발전을 더욱 촉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들의 민영화는 당초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를 통해 올해 말부터 추진하기로 돼 있었다.
정부는 그러나 금융기관의 경영여건과 주식시장 상황 등을 봐가며 조기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은행 민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상반기 중에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투신ㆍ대우자동차ㆍ하이닉스반도체 등 매각협상이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고 있으나 채권단을 중심으로 활발한 협상을 통해 조속히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중산ㆍ서민층 생활향상대책
김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오는 18일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물가종합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진 부총리는 "다음달 설에 대비해 물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하고 "올해 물가는 3% 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