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전기시설 하자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더라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잠을 자다 미처 피하지 못해 숨졌다면 숨진 사람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정종식)는 9일 건물 화재로 사망한 이모(당시 28) 중위 가족이 "건물 전기시설 하자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유흥주점 업주 김모(45)씨 부부와 건물 소유주 윤모(48)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김씨부부는 원고에게 1억6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물 화재는 2층 방에 있던 이동형 콘센트와 주변의 전기배선 등의 보존상 하자로 인한 전기합선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이 방을 유흥접객원대기실과 자신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던 김씨 부부에게 이 전기시설의 점유자로서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에서 영업용 숙박시설도 아니고 화재에도 취약한 건물에서 잠을 잔 잘못이 있다. 특히 화재가 발생했을 때 같은 층에서 잠을 자던 다른 일행이 무사히 대피한 점에 비춰보면 이씨의잘못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 확대에 기여했다고 보여져 김씨 부부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육군 모 부대 중대장이었던 이모 중위는 2003년 6월14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한 유흥주점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만취한 상태에서 15일 오전 3시30분께 이 건물 2층에 올라가 잠이 들었다가 옆방에서 화재가 발생, 유독가스 질식 등으로 숨지자 유족은 화재가 건물 전기 시설 하자로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