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격변기 은행산업] 2. 제일은행 매각

그럼에도 은행들이 진정으로 자기변신에 성공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은행의 경쟁은 여전히 우물안에서 이루어졌고, 선진금융기법 도입은 전시효과에만 머무른채 일선 영업점의 행동전략에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은행으로 변신할 제일은행의 영업전략은 국내 은행산업의 전체 구도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외색으로 물들여질 은행창구= 국내 은행의 영업점 모습에 익숙한 고객들은 씨티은행 서울지점을 들어가면 적지않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우선 흔한 번호표란 것을 찾을 수 없다. 너무나 한산한 모습에 생동감을 느끼기도 힘들다. 창구에 들어오는 고객이라고 마냥 환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불과 11개에 불과한 씨티지점에서 올리는 이익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른다. 수백개의 지점을 갖고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은행과는 대조띤 모습이다. 뉴브리지에 넘어간 제일은행의 미래모습은 해외 현지의 은행들의 영업모습에서 미리 그려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은행인 HSBC의 경우 지하철 역이나 은행 지점 건물 밖에 설치된 ATM기가 사실상 대부분의 고객 업무를 처리해준다. 한산한 점포 안에선 극소수의 직원들이 통장 개설이나 상담 업무만을 처리하고 있다. 본점 운영도 국내와는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해외 은행들은 출입 통제부터 지나치다 싶을만큼 까다롭고, 몇주전에 약속을 하지 않으면 간단한 면담조차 어려울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에 신중을 기한다. 물론 뉴브리지가 당장 은행창구의 운용을 이처럼 변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유교주의에 물들여진 국내 고객들에게 급작스럽게 이같은 모습을 강요할 경우 부작용이 더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은행들의 최초 모습을 전자금융쪽에서 찾았다. 은행 창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을 창구에서 「내몰수 있는」 우회적 수혜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철저한 이익위주 전략= 외국 은행들의 모든 영업행위를 이루는 근간은 「수익성」이다. 관행이나 명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 가령 몇몇 국내 은행들의 해외 현지법인이나 지점은 소매금융이 수익성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상」 돈을 들고 찾아오는 개인고객을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외국 은행들은 수익 면에서는 철저하다. 외국 은행들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해외에서의 소매금융은 철저하게 배격한다. 해외 은행 관계자들은 『이익이 나지 않는 영업은 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입을 모아 강조한다. 뉴브리지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최악의 경우 부채비율이 일정부분 이상 되는 기업과 미래 업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기업은 아예 상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기존 거래기업들의 경우에는 정부와의 합의에 따라 무차별적인 고리끊기 작업은 펼치지 못할 전망이다. 정형화된 신용시스템에 의해 냉철한 판단에 따른 여신전략이 펼쳐질게 틀림없다. ◇첨단 신상품의 각축장= 유럽이나 미국의 대부분 은행들은 모든 금융업무를 총괄 영위하는 「유니버셜 뱅크」를 표방한다. 은행만 찾으면 한 금융그룹에서 운영하는 증권, 보험, 모기지 등 다양한 첨단 상품을 한꺼번에 접해 입맛대로 필요한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은행의 입성이 국내 고객들에게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바로 차별화된 상품이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은 내달초부터 국내 은행중 처음으로 해외 뮤추얼펀드 판매를 시작한다. 해외에 거대한 영업망과 다른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유지하고 있는 씨티은행이 국내 시중은행들보다 해외 첨단상품을 소개하는데는 유리한 위치에 놓인게 사실이다.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을 접수하는 즉시 정부에 각종 이유를 들어 업무영역 철폐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각 금융권의 핵심업무외에는 영역을 폐지할 준비작업을 하고 있지만, 외국은행이 입성할 경우 핵심업무중 일부에도 손을 뻗칠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은행산업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변화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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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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