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고분양가 논란 전·현직시장 해법 대조

상암 7단지-이 前시장 분양원가 전격공개…분양수익 사회환원등 승부수<br>은평뉴타운-오시장 '분양연기·후분양'선택…여론무마 못하고 미봉책 비난만

‘고분양가 논란, 닮았지만 다르다?’ 은평뉴타운의 고분양가 파문을 진화하기 위해 지난 2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긴급히 사과까지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 서울시와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가 이전에도 고분양가로 물의를 빚은 ‘전력’이 있는 데다 논란이 커진 이후의 문제해결 방식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SH공사는 서울도시개발공사 시절인 지난 2003년 11월 마포 상암지구 7단지(40평형 162가구)를 분양하며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분양가를 인근 최고가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인 평당 1,200만원 선에 결정했기 때문. 그보다 6개월 앞서 분양한 상암 3단지 33평형의 경우 애초 공사가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평당 400만원대보다 높은 568만원으로 책정해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공기업의 분양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는 사실에 여론은 더욱 경악했다. 언론, 시민단체의 비판이 잇따르자 이명박 당시 시장이 지체없이 불끄기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주변 시세의 두 배를 웃도는 분양가를 내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오세훈 시장이 직접 사과한 이번 은평 뉴타운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와 주연배우만 바뀌었을 뿐 판에 박은 듯 똑 같은 시나리오가 전개된 것. 그러나 두 전ㆍ현직 시장의 대처방식은 사뭇 달랐다.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전 시장이 분양원가 공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과감하게 열어버린 반면, 오 시장은 은평뉴타운 분양 연기와 후분양제 전면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전 시장의 승부수였던 분양원가 공개는 당시 중앙정부는 물론 건설업계가 언급조차 꺼렸던 민감한 사안. 시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사는 3개월여 뒤 분양원가를 낱낱이 공개했다. 무려 40%에 달하는 분양수익을 불우 청소년 장학금과 임대주택 건설에 쓰겠다는 약속도 나왔고, 이 약속은 그대로 지켜졌다. 이 전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시가 짓는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계속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면 오 시장이 던진 카드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 전 시장이 약속했던 분양원가 공개는 오간 데 없고, 논란 직후 SH공사가 부랴부랴 밝힌 분양원가 내역은 3년 전 똑 같은 논란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무색케 할 정도로 부실했다. SH공사는 그 때의 ‘내공’이 사라졌는지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세부 원가내역의 공개마저 거부했다. 후분양제 전면 도입 역시 SH공사가 이미 후분양제로 아파트를 공급해 오고 있었고 은평 뉴타운 조차 공정률에 따라 분양시기가 다를 뿐 기본적인 후분양제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책이라고 보기 힘든 내용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공공이 당첨자의 시세차익을 미리 환수해 공익사업에 쓴다는 명목으로 거리낌없이 고분양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취지는 좋지만 공공의 고분양가는 집값 불안의 근원인 만큼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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