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헌법재판소가 본 '독도 영유권' 문제

"영유권 당연히 한국에 있다" 전제 깔고 심리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독도의 날' 제정망동(妄動)으로 불거진 독도 영유권 분란에 대해 우리나라 최고의 헌법해석기관인헌법재판소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해 헌법소원 등 어떤 형태의 문제제기도 이뤄진 바 없어 헌재의 공식입장을 알 순 없지만 다른 사건에서 독도 영유권을 언급한 대목을 통해 헌재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읽어낼 순 있다. 다른 사건이란 다름아니라 1999년 1월 발효된 `신(新) 한.일어업협정'의 위헌을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으로 헌재는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독도 영유권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간접 확인시켜줬다. 이 협정은 1994년 11월 국제해양법협약의 발효로 연안국에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인정되는 등 새로운 국제 해양법질서가 형성됨에 따라 1965년 연안 12해리를 어업전관수역으로 정한 한.일어업협정을 대신하기 위해 한.일간 체결된 것. 당시 한.일 양국은 연안을 기준으로 200해리를 EEZ로 정하면서 양국간 EEZ가 중첩되거나 영해기선을 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동해와 제주도 남부 동중국해 등 2개 지역에 대해 공해(空海)와 유사한 중간수역을 설정한 뒤 계속 교섭키로 합의했다. 문제는 중간수역이 설정된 동해의 경우 우리나라가 EEZ를 정하면서 독도를 기점으로 하지 않고 울릉도를 기점으로 함으로써 독도가 중간수역에 포함돼 버렸다는 것. 이에 전국어민후계자 중앙연합회장을 지낸 김모씨 등은 1999년 3월 "이 어업협정 때문에 출어를 포기한 어민들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씨 등은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킨 것은 우리나라 영토의 일부인 독도의 영유권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된 영토에 관한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는데 이는 심리과정의 주된 쟁점이 되기도 했다. 헌재는 당시 김씨 등의 영토권 주장에 대해 "영토권을 개인적 기본권으로 보긴 어려워 영토조항만을 근거로 독자적 헌법소원을 청구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기본권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의 영토권이라면 헌법소원의 대상이된다"며 영토권을 심리 대상으로서 인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어업협정의 영토권 침해 주장에 대해서는 "독도가 중간수역에 위치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업협정의 대상이 EEZ 설정이 아니라 어업문제에 국한된다고 규정돼 있어 독도의 영유권 또는 영해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기각함으로써 심리는 마무리됐다. 이 문구만 놓고 보면 헌재가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맥락상 헌재가 독도 영유권은 당연히 한국에 있다는 전제를 깔고 이런 결론을 도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즉 이 협정이 어업에 관한 협정일 뿐, EEZ와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중간수역 설정이 영토권을 침해하지 않았고 독도 영유권이 이 협정 때문에 포기된 게 아니라는 취지는 영유권이 한국에 있다는 전제가 없으면 나올 수 없는 결론인 셈이다. 헌재의 헌법소원 기각에 대한 비판도 없진 않다. 기본적으로는 EEZ를 독도가 아닌 울릉도를 기점으로 설정한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와 유사한 관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는 견해가 법조계 일각에서 제시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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