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특허 전쟁'에 대비하자

미국 500대 기업의 기업가치에서 무형자산이 유형자산을 초과한 지는 오래전이다. 지난 2000년대 들어서는 4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로 기술ㆍ브랜드ㆍ디자인 등 지식재산 추구형으로 빠르게 변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의 규모와 범위가 급속히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알카텔-루슨트에 MP3 관련 15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며 이 시간에도 노키아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와 AT&T 등 글로벌 대기업간 치열한 특허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특허분쟁은 특허소송 전문기업인 ‘특허괴물(patent Troll)’에 의해 그 위험성이 더해왔다. 한때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이베이는 머크익스체인지가 제기한 소송에 의해 폐업 위기까지 몰렸었다. 이처럼 특허분쟁은 기업의 영업과 연구개발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생존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업체로부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벤처기업들까지 특허소송에 의해 많은 괴롭힘을 당해오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장비 업계의 상황을 보더라도 2003년 10건의 소송에서 지난해에는 200건을 넘어섰고 소송비용도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제 경쟁기반을 갖추고 해외수출을 본격화하려는 시점에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해외업체의 특허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견된다. 최근 콘텐츠 기반 비즈니스 업체인 바이아컴이 인터넷 검색 업체인 구글을 상대로 10억달러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선진국 중심으로 국가간 특허심사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조약 등이 체결되거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가 증가할수록 국제적으로 법과 제도의 통합화와 교류가 확대돼 특허분쟁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우리 사회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특허대응 역량을 강화해오고 있으나 중소 벤처기업은 여전히 대응능력이 취약하거나 심지어 등한시하는 경우도 많다. 특허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핵심 및 원천기술ㆍ대안기술 확보와 이를 특허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응이기는 하나 이와 더불어 체계적인 특허전략을 수립해 특허분쟁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중소 벤처기업들도 외국기업의 무분별한 특허공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산업의 경우 외국기업이 국내기업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70% 이상이 무효로 판결이 난 것처럼 소송제기 자체만으로도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경쟁자의 특허를 사전에 분석해 소송을 당하는 경우 맞소송 제기 등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정보기술(IT) 기업의 경우 타이밍이 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므로 무분별한 특허소송에 의해서도 시장진입이 늦어지는 경우 기업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도 무분별한 특허소송에 대해 벌칙을 가중하는 등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할 것이며 대학의 이공계 교육에도 특허지식을 겸비한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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