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급한 中企 기술유출 방지대책
중기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유출 사건이 급증하고 있으나 기업의 보안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대기업은 대책을 세우는 편이나 이들 기업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92건 중 65.2%가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인력과 예산 문제 때문에 보안 시스템 마련을 꺼리고 있으므로 이를 구축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계화에 따라 산업정보전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추세다. 2003년 6건에 불과했던 기술유출 적발사건이 2004년 26건, 2005년 29건, 지난해 31건으로 급증한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기술을 빼내는 수법도 연구원 매수, 공동연구, 위장 합작, 스카우트, 해킹 등으로 아주 다양해지고 있다. 86%가 내부인력에 의한 유출이라는 점에서 연구 및 기술자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기업환경 조성도 중요한 문제다.
기술유출은 우리가 강점을 지닌 휴대폰과 LCD 등 첨단 정보기술(IT)이 주요 대상이라 그동안의 피해액만도 100조원에 육박한다. 동남아 등에는 한국 첨단기술을 노리는 시장까지 형성돼 있다고 한다. 보안의식 수준이 낮은 중기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스파이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했으면서도 보안장치가 허술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도둑 맞으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게 된다. 기술유출은 바로 국부 유출이라는 위기의식이 요구된다. 세계화로 어디까지가 산업기술 유출인가 선을 긋기 어려운 때일수록 내 기술은 내가 지킨다는 보안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기술유출을 적발하고도 골치 아픈 일에 휩쓸리고 이미지가 손상되는 것을 우려해 감추는 풍토에서는 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중기ㆍ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산업보안의 중요성을 홍보 및 교육하고 연구자와 기술자들이 산업 스파이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입력시간 : 2007/04/12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