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뉴스 포커스] 일감 규제에 광고시장마저…

외국계 회사가 빠르게 잠식<br>대기업 경쟁입찰로 전환에 TBWA 등서 잇따라 수주<br>'경제민주화 역설' 현실화<br>밀려드는 수주에 물량조절 외국기업도<br>광고시장마저 외국계가 잠식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주요 대기업들이 광고 문호를 외부에 잇따라 개방하는 가운데 외국계 광고회사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당초 의도와 달리 외국계 광고회사가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하는 '경제민주화의 역설'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기업 규제강화를 틈타 세계 2위 부품업체 덴소가 한국시장을 잠식하고 중국 1위 조명업체 킹선이 LED조명 시장을 파고든 데 이어 이젠 광고시장에서도 정부 규제가 국내 기업의 발등을 찍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주요 그룹들이 광고를 경쟁입찰로 전환하면서 외국계 광고회사의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외국계 광고회사에서는 인원 대비 늘어나는 물량으로 수주를 조절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SK에너지는 최근 주유소 TV광고를 재개하면서 경쟁입찰을 통해 외국계 광고회사인 금강오길비를 선정했다. 금강오길비는 옛 금강기획으로 지난 2006년 미국계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에 인수된 회사다.

SK텔레콤은 LTE 관련 광고와 관련해 경쟁입찰로 TBWA라는 외국계 업체를 선정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기업 PR 광고(전파 부문)를 종전에는 계열사인 SK플래닛에 맡겼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거쳐 TBWA가 맡았다.

삼성화재도 최근 자녀보험 TV광고를 제일기획이 아닌 TBMW에 넘겼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경쟁입찰을 거쳐 외국계 기업을 선택한 것이다. 같은 삼성그룹인 삼성생명 역시 지난해 8월부터 TBWA에 광고를 맡겨왔고 올 8월에 1년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TBWA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광고를 잇따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9월 중순부터 방송 중인 '현대캐피탈리즘'이 TBWA의 작품이다. 이 회사는 LG전자의 세탁기 광고도 수주했지만 최종 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는 등 국내 주요기업 광고시장을 빠르게 선점해나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주요 대기업들이 광고를 계열사에 주지 않고 경쟁입찰에 부치자 이 틈을 타 외국계 기업이 약진한 것이다. 이제 웬만한 대기업 광고 경쟁입찰에는 외국계 회사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석하는 사례가 일반화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쟁입찰에 외국계 회사가 반드시 참여하고 혹 참여하지 않더라도 행여 말이 나올까 참여를 부탁하고 있다"며 "이러다 보니 10대 그룹 광고 경쟁입찰에 외국계 기업이 단골손님이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밀려드는 수주로 물량조절에 나서는 외국계 기업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한 외국계 업체에 의뢰했지만 물량이 많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갑자기 수주가 늘어난 반면 인력은 그에 비해 증가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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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에 이처럼 꽃놀이판이 펼쳐지다 보니 시장진출을 서두르는 외국계 기업도 늘고 있다. 유럽 최대 독립광고 회사인 서비스플랜그룹은 한국 자회사 사명을 '서비스플랜코리아㈜'로 바꾸고 본격적인 사업확대에 나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광고회사들도 인력확대 등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점점 커져가는 대기업 광고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일부 혜택을 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인지도ㆍ경쟁력 등에서 월등히 앞선 외국계 광고회사가 국내 중소 광고회사보다 경쟁입찰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한 대기업 광고 담당자는 "경쟁 그룹 계열사에 광고를 맡기는 것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중소 광고회사에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경쟁입찰에서 외국계 광고회사가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광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대형 외국 업체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SK그룹이나 삼성그룹 계열사에 광고를 지속적으로 맡기는 것도 힘들다"면서 "그렇다고 국내 중소 광고회사와 지속적으로 광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재계가 전망한 대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광고입찰이 결국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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