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약 성분ㆍ효능 꼼꼼하게 짚어드려요"

'약 읽어주는' 약사 고대립씨 "이해 잘해야 복용 잘하고 치료효과도 커"

"이 흰색 알약은 `아크로펜'으로 근육 관절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뼈 사이 연골 재생을 도와줍니다. 이것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근육이완제고요‥" 약을 조제하면서 환자들에게 꼼꼼히 약의 성분과 효능을 설명해주는 약사가 있어 화제다. 서울 종로에서 조그만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8년차 약사 고대립(37)씨는 자신이조제해주는 약 한알 한알의 성분과 효능을 환자들에게 성심껏 설명해준다. 감기약 하나를 사도 30초 정도의 설명을 들어야 하고, 혈압강하제와 같이 복잡한 처방의 경우 설명이 5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알약은 잠이 오는 성분이 있고, 어떤 알약은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섬세하게 짚어준다. 고씨가 이처럼 약 설명을 정성스럽게 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스스로 어떤 약을복용하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자발적으로 약을 잘 먹게 되고 따라서 치료 효과도 커진다고 여기기 때문. 이같은 `약 효능 읽어주기'는 약학계에서는 흔히 `투약 지도'라고 불린다. 환자가 복용할 약 성분을 자세히 설명해 줘 치료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이 투약지도의 핵심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들이 이런 설명을 달가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씨는 "몇몇 손님들은 자기가 전문가도 아닌데 왜 이처럼 자세한 설명을 들어야 하냐면서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그런 환자보다 자신이 먹을 약에 대해 알고 싶어하시는 환자가 훨씬 더 많다"고 전했다. 한번은 간질약을 타간 20대 남자가 잇몸이 부어서 다시 잇몸약을 사러왔는데 약성분을 보니 잇몸을 붓게 하는 성분이 있어 설명을 해준 뒤 의사에게 그 성분의 약을 조금 줄여달라고 얘기하라고 일러두었더니 금세 증상이 없어졌다는 것. 이처럼 자세히 약 상담을 해주다 보니까 약국 인근 병원의 의사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고 고씨는 전했다. 그는 "의약분업은 됐지만 약사가 처방전에 대해 상담을 해주는 것을 두고 자신의 영역을 침해한다고 불쾌해하는 의사들이 있다"며 "약사와 의사가 서로 전문 영역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정착이 안돼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씨는 "사실 전문인으로서 약사가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제일큰 것이 바로 이 투약지도가 아니겠냐"며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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