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되는 사업 집중투자·新먹거리 발굴 '투트랙'… 超일류 다진다

■ 삼성의 새도전 본궤도 오른 3세경영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JY식 공격적 투자' 신호탄

지난해 대규모 M&A 주도… 과감한 결단력도 돋보여


글로벌 정·재계 인사 만나 금융 분야로 영토 확장

지주사 전환·승계 구도 등 지배구조 개편 완성은 과제


평택 반도체 공장 착공을 기점으로 그룹경영 2년 차를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지 1년이 된 시점과 맞물려 있는 점이 공교롭다. 아버지에게 "저 잘하고 있죠"라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묻어난다.

이 부회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 우위를 보이는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한편 차세대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선대가 일궈놓은 글로벌 초(超)일류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다진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가 7일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착수한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JY(이재용)식 공격적 투자'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 이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22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만큼 강점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과 제품 라인업을 토대로 총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13조여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위 사업 집중 육성-신(新)성장동력 발굴 '투 트랙'=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화성 반도체 17라인 신설 투자(2012년) 이후 약 3년 만에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집중적인 투자·육성을 통해 경쟁사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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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는 결단력'과 동전의 양면처럼 쌍을 이루는 대목이다.

실제 이 부회장은 그룹경영의 최전선에 나선 지 불과 반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석유화학·방위사업 부문을 한화에 전격 매각하며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대신 당장은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미래가 유망한 분야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2007년과 2009년 각 1곳, 2011년 3곳,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5·4곳을 인수하는 데 그쳤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벌써 8건의 '기업사냥'을 단행했다.

특히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회사인 루프페이를 인수해 '갤럭시S6'에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 사례는 공격적인 M&A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정·재계 넘나드는 글로벌 네트워크=분야를 가리지 않는 화려한 인맥도 강점이다. 최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가 소비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에서 금융과 제조업의 융복합 없이는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인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이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출장에서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시틱그룹의 창전밍 회장 등을 잇따라 만나며 금융 분야 영토확장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이달 말 접견이 예정된 글로벌 인사 역시 금융 분야의 거물이다. 자산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의 장젠칭 회장은 오는 28일 '한중 최고경영자(CEO) 라운드 테이블'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을 계획인데 이번 방한 기간 중 장 회장과 이 부회장은 개별 만남을 갖고 사업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마카이 부총리,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과도 연이어 회동을 갖고 정계 인맥도 넓혔다.

◇지배구조 개편 완성은 과제=다만 그룹의 지주사 전환 여부와 승계 구도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삼성은 현재로서는 막대한 비용부담이 불가피한 지주사 전환보다는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자체적으로 상속세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승계 구도 구축을 위한 가장 안정적인 시나리오가 지주사 전환인 만큼 여전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여부 역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완성을 위해 채워 넣어야 할 퍼즐 한 조각이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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