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지젝이 말하는 9·11 테러 이후 세계

■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반(反) 월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돼 세력을 키워가던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점령한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 슬로베니아 출신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이 나타났다.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연설을 시작한 지젝은 "이 시위가 미국 자본가 사회에 감춰진 거짓을 드러냈다"라는 평가로 '자본주의 시스템'의 자멸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저항해 나갈 것을, 원하고 욕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책은 세계화 자본주의와 미국 패권주의의 폐해를 지적해 온 '위험한 철학자' 지젝이 9ㆍ11테러와 관련해서 쓴 논문 다섯 편을 담고 있다. 2002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글들을 재번역해 정리한 것. 지젝은 책을 통해 9ㆍ11 테러에서 우리가 읽어내야 할 '진짜 현실'에 대해 말한다. 사실 9ㆍ11 테러 이후 우리는 '악의 축', '무한한 정의' 같은 다분히 미국적 입장을 반영한 말들에 길들여졌다. 그리고 어느새 '테러리즘'에 이슬람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하지만 지젝은 "우리가 9ㆍ11 테러를 통해 진정으로 알아야 했던 것은 승자 독식의 안온한 자본주의 체제의 균열 그 자체"라고 주장한다. 그는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에 안온한 자본주의를 비유하며 9ㆍ11사건은 외부에 의한 테러를 넘어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자기파괴적 사건임을 재차 강조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안전하지만 통제되는 삶에서 용기있게 빠져나와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아보라는 것이 지젝이 전하는 메시지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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