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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2월 24일] 美 의회청문회 서는 도요다 아키오
권구찬 (뉴욕특파원) chans@sed.co.kr
미국 의회 청문회는 기업에 무덤이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항 시절 미 의회는 페코라 청문회를 열어 월가의 추악한 탐욕과 사기행각을 까발렸다. 여론의 호응이 일자 의회는 주식거래 규제법안을 월가의 로비를 뚫고 통과시켰다. 시장을 감시할 증권거래위(SEC)가 탄생하고 공시제도가 마련된 것이 이때다.
가까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월가에 대한 규제법안 마련도 의회 청문회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미 의회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월가 최고경영자(CEO)를 청문회로 불러내 여론의 심판대에 올렸다. 일부 CEO가 워싱턴에 전용 제트기를 타고 와 타오르는 반(反)월가 정서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결국 이들 경영진은 금융위기 책임론을 일부 인정했고 질타받았던 과다한 보너스도 여론 비판에 굴복해 뚝 잘랐다. 월가는 올해 내내 의회 주도의 금융위기 진상규명위원회가 겨누는 칼날 끝에 서야 할 처지다. 미 자동차 '빅3' CEO들이 디트로이트에서 위싱턴까지 밤낮을 꼬박 자동차로 달려오는 촌극이 벌어진 게 미 청문회의 풍경이었다.
대량 리콜 파문으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24일(현지시간) 하원 감독개혁 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문회 증인석에 서게 된다.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 출석과 불출석을 오락가락한 것도 미 의회 청문회가 갖는 파괴력과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미 청문회는 말 한마디 잘못하면 치명타를 입는 정치적 쇼"라는 요미우리 신문의 지적은 도요타 본사의 기류를 잘 드러낸다.
도요타는 늑장 대응과 진실하지 못한 사과로 화를 자초했다. 그러나 허술한 위기 관리의 대가치고는 너무 뼈아팠다. 세 차례에 걸쳐 사과한 도요다 사장이 의회에서 다시 한번 몸을 낮춘들 진정성은 이미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사안의 심각성은 사과 수준을 넘어섰다. '주식회사 일본'을 상징하는 도요타는 하루아침에 폭주 자동차 메이커로 낙인 찍혔고 로비로 규제를 피해가는 나쁜 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미 의회는 도요다 사장이 또다시 하게 될 사과의 진정성만을 검증하지 않을 것이다. 미 정치권은 10년 전 포드의 익스플로러 전복사고를 계기로 열린 포드 청문회가 그랬듯 리콜을 둘러싼 도요타의 조직적 은폐 의혹과 구조적 결함 규명에 초점을 맞출 태세다. 미 의회는 당시 포드 청문회를 통해 은폐 의혹에는 면죄부를 줬지만 포드의 차량 디자인 결함으로 결론 내리고 자동차 리콜 강화법을 제정한 바 있다. 그래서 도요타가 포드가 빌미를 제공한 리콜 강화법의 첫 번째 희생양이라고들 한다. 이번 청문회 역시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짐작하기 어렵다. 도요다 사장의 청문회 출석은 서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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