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목포해양경찰서 이모(58·경정) 과장이 전날 직위해제됐다. 이 과장은 최근 취재진에게 "80명을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다가 징계조치됐다. 실종·사망자가 302명에 달한데도 아직 생존자를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 비춰볼 때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사고 신고전화를 받고도 즉각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꼴이 되고 만 해경의 초기대응에 대한 비난여론이 최근들어 부쩍 커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공무원이 직접적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는 지난 21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사진을 찍는 행동을 했다가 하루 만에 사표수리된 안행부의 송모 국장에 이어 두번째다. 안행부는 사고 초기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때 잇따른 구조자 숫자 번복과 미숙한 지휘능력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진 탓에 향후 전면적인 부처 쇄신의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해수부는 해당 퇴직관료들이 해운안전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협회나 단체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상황에서 해운업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향후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교육부는 서남수 장관이 진도체육관을 찾았다가 팔걸이 의자까지 가져와 컵라면을 먹는 사진이 공개돼 혼쭐이 났고 보건복지부도 일부 공무원들이 무턱대고 구급차를 이용한 채 출퇴근했다가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등 이번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거의 모든 부처가 비난의 화살을 맞아 향후 변화의 회오리가 예고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전면적인 정부 개각설까지 흘러나와 세월호 사건의 책임론이 과연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엄청난 인명피해에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끝날 경우 비난 여론은 더 확산될 수밖에 없어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두려울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