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6월17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입 표준학력평가시험이 치러졌다. 응시생은 973명. 점수는 ‘수ㆍ우ㆍ미ㆍ양ㆍ가’의 5개 등급으로 매겼다. 응시생의 60%는 시험성적을 기반으로 컬럼비아대의 문을 두드렸다. 시험을 주관한 곳은 대학입학시험위원회(CEEB). 복잡한 신입생 선발시험의 기준을 정하자는 취지에서 1900년 고교와 대학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명칭이 대학위원회(CB)로 바뀐 오늘날에도 이 시험을 주관하고 있다. CB는 응시생이 8,000명으로 늘어난 1926년 이 시험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학업능력평가시험(Scholastic Aptitude Test).’ 108년 전 시작된 SAT에는 오늘날 전세계 140만여명이 응시생이 몰려든다.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고액과외 등이 필요한 SAT를 요구하는 대학은 줄어드는 대신 공교육만 제대로 이수해도 점수를 낼 수 있는 학업능력평가(ACT)를 입학자료로 채택하는 대학이 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SAT가 주류다. 한국이 특히 그렇다. 오클랜드의 응시자 가운데 80%가 한국 출신이다. 국내에도 5주 수강료가 300만원인 SAT학원이 즐비하다. 시험지를 빼돌려 한국과 미국의 시차를 이용하는 부정행위가 적발돼 국제 망신이 된 적도 있다. 문제는 15조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영어교육이 ‘미국에 퍼주기’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SAT에서 고득점을 올리고 미국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인재는 십중팔구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남는다. 넘쳐나는 유학생 출신들이 차리는 학원으로 전국은 유학원 천지다. 유학ㆍ연수로 나가는 돈만 연간 45억달러에 이른다. SAT로 상징되는 영어교육이 목에 걸린 독 묻은 사과처럼 한국경제를 옥죄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