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라그룹:2/파푸아뉴기니 시멘트제조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남태평양 시멘트기지” 꿈 영근다/풍부한 석회석­싼 노동력­밀리는 주문/피지·솔로몬 등 주변 도서국 수출까지/제2공장 건설 연 60만톤 생산 박차도남태평양의 조그만 섬나라 파푸아뉴기니. 열대수가 우거진 해변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미녀들이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지쯤으로 알려져 왔다. 여객기의 창을 통해 펼쳐진 파푸아뉴기니의 첫모습은 이런 이미지 그대로다. 그러나 공항출구를 벗어나면 가난과 불안으로 멍든 현실이 성큼 다가온다. 지난 3월말 터진 폭동사태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않고 있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1천72달러인 이 나라의 고질병은 화교와 현지인의 갈등. 중국계 줄리어스 찬 총리의 차별적인 정책운용과 무능에 현지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 지난 3월 폭동사태였다. 공항대합실 앞에는 가난하고 나태한 인파가 북적거리고 있다. 20여년만에 재발한 소요로 민심은 흉흉하다. 쇠몽둥이를 들고 외국인을 응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그러나 한라그룹의 시멘트제조 현지업체인 「파푸아뉴기니(PNG) 한라시멘트」는 이같은 정치·사회불안상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유일의 시멘트회사로 현지정부와 국민들에게 끔찍한 보호와 사랑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 당국의 각별한 관심은 3월 폭동사태때 재확인됐다. 사태발발 즉시 상공부 담당국장이 『소요사태가 발생했으니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라측에 통보해준 것. 회사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수도 포트모레스비에서 제2도시인 레이 까지 비행기로 45분. 노면상태가 엉망인 포장도로를 타고 40분을 다시 달려야 한다. 그러나 한라시멘트 파푸아뉴기니 공장을 본 순간 긴 여행의 피로는 싹 가신다. 낙원 속에 들어온 야릇한 기분이 나기 때문이다. 야자수 열매가 영그는 푸른 원시림, 공장 뒷편에 시원하게 펼쳐진 해안선. 마치 공장이 휴양지를 겸하고 있는 듯하다. 현지인들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시멘트를 「파라다이스 시멘트」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해할만하다. 시멘트공장으로서의 입지조건은 최상이다. 원료인 석회석 산지가 가까운데다 수심이 깊고 방파제가 필요없는 항구를 끼고 있어 한국에서 오는 중간재 수입 및 해외 수출통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70년대말 이곳을 방문,『바로 여기다』라며 무릎을 쳤다고 한다. 이곳에 시멘트공장을 건설하려는 정회장의 결심은 파푸아뉴기니의 석회석 자원을 탐사한 후 더욱 굳어졌다. 무진장한 석회석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의 주요 관건이 되는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다. 시간당 1.5키나(약 6백원)의 임금수준은 동남아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91년 2월 한라그룹은 마침내 파푸아뉴기니 정부와 50대50으로 3천9백40만달러를 합작투자, PNG한라시멘트를 설립했다. 2년여의 건설기간이 끝나고 지난 93년 1월 준공식이 열렸다. 연간 생산규모 20만톤. 한국내 시멘트공장 규모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파푸아뉴기니 경제로서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진 것이다. 몇개안되는 제조회사중 최대규모의 회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구 15만명의 인근 레이시 주민들의 회사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6명에 불과한 현지직원중 한명인 김영관 과장은 『시민 4백명 가량이 이 공장에서 근무중』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고 말했다. 물론 PNG한라시멘트의 사업이 성숙단계에 들어선 것은 아니다. 지난해말 생산량 9만5천여톤은 총 생산능력의 절반에 못미치는 규모다. 그나마 전년도에 비해 5천여톤이 증가한 것. PNG한라시멘트의 성장속도가 더딘 것은 우선 현지통화의 환율불안 때문. 94년 중반까지도 미달러화에 대해 고평가됐던 키나화는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평가절상됐다』는 세계은행의 지적을 받은 후 30% 이상 폭락했다. PNG한라시멘트는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됐다. 전력비 역시 인근지역의 6배나 됐고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결국 95년 중반에는 30%이상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경쟁력이 떨어져 회복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고통에 불과하다는 게 현지간부들의 시각이다. 경리과의 신광홍 대리는 『PNG한라시멘트는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밝은 곳』이라며 회사의 장래를 낙관했다. 최근 불안한 정치상황이 진정국면을 맞아 경제활동은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폭동의 진원지였던 부건빌 지역에 최근 3만톤 가량의 시멘트 공급이 재개됐다. 내륙지방의 금광 개발붐으로 갱도매립용 시멘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희소식이다. 시멘트 수출대상지는 피지, 솔로몬, 뉴칼레도니아 등 주변 도서국가들. 이상웅 공장장은 『남태평양 군도의 시멘트시장은 사실상 PNG한라시멘트가 장악한 상황』이라며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파푸아뉴기니의 시멘트 내수시장 규모는 약 10만톤. 지난해 PNG한라시멘트의 매출은 9만6천5백톤으로 내수가 7만1천톤을 기록, 파푸아뉴기니 시장을 거의 독차지하고있는 실정이다. 개도국 파푸아뉴기니의 관광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 계획은 PNG한라시멘트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있다. 유명관광지 마당지역의 개발이 기대되고 있는데다 위왁지역의 배수로 공사(2천5백만달러 규모) 등에도 시멘트를 쏟아부어야할 전망이다. 한라시멘트측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있는 것은 이 나라 최대 건설사업으로 불리는 수도 포트모레스비와 레이를 연결하는 총연장 5백18㎞의 산업도로 건설공사. 자원대국 파푸아뉴기니는 내륙에서 나오는 석유와 금 등을 수송할 도로건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는 정치불안과 재정압박으로 공사진행이 늦어지고 있지만 마냥 공사를 미룰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1월 10억달러에 이 도로건설 수주를 받은 업체는 한라건설. 그룹내 계열사가 벌이는 건설공사에 대한 시멘트 공급은 따놓은 당상과 마찬가지다. PNG한라시멘트는 호황국면 진입을 눈앞에 둔 셈이다. PNG한라시멘트가 미래를 낙관하고있는 또 하나의 근거는 엄청난 자원개발 참여전망. 경제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파푸아뉴기니 정부내 닦아둔 인맥을 최대한 활용, 특수를 누릴 것이란 기대감이다. 현재까지 이 현지공장은 강원도 옥계 한라시멘트공장에서 중간재인 클링커를 무관세로 수입, 이를 분쇄하고 석고를 넣어 완제품을 만든뒤 포장하는 공정에 그치고 있다. PNG한라시멘트는 그러나 내수증가를 기대, 60만톤 규모의 클링커공장을 레이공장에서 1백㎞ 떨어진 핀쉬펜 지역에 건설키로 확정했다. 이 제2공장이 완공되면 PNG한라시멘트는 한라그룹의 남태평양 및 동남아시아지역내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터뷰/가브리엘 완잘 PNG한라시멘트 부사장/“현지 정국불안 어려움… 한국업체 진출땐 상당한 혜택 줄 것” PNG한라시멘트의 합작파트너인 파푸아뉴기니정부가 파견한 가브리엘 완잘 부사장은 상공부 통상국장을 역임했다. 공장내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파푸아뉴기니정부의 PNG한라시멘트에 대한 정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파푸아뉴기니정부의 상공부관리 출신으로 이 회사의 부사장에 취임하게된 배경은. ▲한라시멘트는 경제발전을 주도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 나라 경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내가 이 회사의 부사장에 앉은 것은 당연하다. ­파푸아뉴기니는 정국불안이 심각하다. 외국기업의 투자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데. ▲솔직히 인정한다. 외국기업들이 주로 소비재부문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정치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6월 총선을 고비로 이런 문제들은 많이 해소될 것이다.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을 알고있는 많은 외국기업들이 이미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라와의 당초 계약에는 정부측이 한라의 지분을 점차 인수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계획대로 되고 있는가. ▲계약상에는 3년내 지분 30%를 우리 정부가 인수토록 되어 있으나 정부재정난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민영화 등을 통해 정부재정을 강화하면 지분 인수는 계획대로 이행될 것이다.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업체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 한라가 진출해 현지인을 채용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한국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상당한 혜택이 주어질 것이다.<포트모레스비·레이(파푸아뉴기니)=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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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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