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 해지던 국제유가 다시 급상승
OPEC 감산과 미 경기부양책에 따른 기대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유가가 새해 벽두부터 가파르게 상승, 국제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급속한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감소 전망으로 지난해 12월 20% 이상 하락하며 유종별로 배럴당 19~26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12월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원유가격은 3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로 소비심리가 되살아 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급등했다.
또 국제석유 공급의 칼자루를 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조만간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을 촉발하고 있다.
◇석유소비증가 기대 높아져=전격적인 금리인하가 급격히 위축됐던 미국내 소비심리를 소생시키리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오후 1시(미 동부시간) FRB가 금리를 0.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하자 국제석유시장에서는 매수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면서 석유시장에 공급과잉이 빠르게 해소되리라는 관측이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
석유전문 중개기업인 피맛 USA의 존 킬더프 수석부사장은 "지난 한달간의 유가하락은 미국의 급속한 경기둔화에 따른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라며 "미국내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감산폭 저울질하는 OPEC=기구 산하 각국 석유장관의 발언을 통해 1월17일로 예정된 각료회의에서 감산결정을 기정사실화한 OPEC은 최근 감산량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일일 최소 150만배럴 이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차기 OPEC의장으로 내정된 차키브 켈릴 알제리 석유장관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에서) 일일 최소 150만배럴 이상의 감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오는 8일까지 OPEC 기준유가가 배럴당 22달러 이하에서 거래되면 유가밴드제에 따라 9일부터 자동적으로 50만배럴을 감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대 석유생산국이자 친미성향을 지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역시 감산지지를 공식선언한 상태여서 켈릴 의장의 감산폭 확대 시사는 시장 및 석유소비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사전 발언 성격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주말 OPEC 사무국이 위치한 빈을 방문 켈릴 의장과 회담하는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OPEC의 감산폭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대 선거공약인 감세정책 관철과 경기 연착륙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당선자기 유가의 급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