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12일] <1292> 냉동인간


1967년 1월12일,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교수를 지낸 제임스 베드퍼드 박사가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사인은 간암. 그는 확실히 죽었지만 부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냉동 처리된 시신이 보존되고 있으니까. 베드퍼드는 불치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냉동을 자처했다. 훗날 의학이 발전하면 소생해 병을 고치겠다는 희망에서다. 과연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을까. 숨이 멎더라도 세포가 살아있다면 소생할 수 있다는 ‘가설’에 따르면 가능하다. ‘데몰리션맨’ 같은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유한한 인간의 무한을 향한 꿈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역은 베드퍼드가 최초의 냉동인간이 된 지 5년 뒤에 설립된 ‘알코르(Alcor)생명연장재단’. 비영리재단인 이 곳에서는 계약자가 사망하는 즉시 냉동작업에 들어간다. 시신을 인수해 특수처리를 거쳐 영하 196도의 액화질소탱크에 보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5만달러. 머리만 보관하는 경우는 8만 달러를 내야 한다. 왜 머리만 냉동할까. 영화 ‘쥐라기공원’에서 호박(보석) 속에 화석으로 남은 모기가 빨았던 공룡 피의 DNA 복제를 통해 공룡을 만들어낸 것처럼 머리만 있다면 미래에서는 몸까지 재생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알코르재단이 전신냉동 중인 시신만 87개. 비슷한 수의 부분냉동(머리)도 보관 중이다. 전세계를 합치면 냉동보관 중인 시신은 수백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냉동인간들은 부활할 수 있을까. 냉동이 풀려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신경세포와 기억회로망이 되살아날까.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할 수는 있을까. 도무지 모를 일이다. 확실한 점은 단 한가지다. ‘30년쯤 지나면 소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베드퍼드의 관은 사후 41년이 지나도록 기약 없는 세월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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