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철학사상은 포크같은 도구?

메타피지컬 클럽- 루이스 메넌드 지음, 민음사 펴냄<br>美 실용주의 주창자 4인의 발자취 조명


미국인의 정신이라고 불리는 실용주의(Pragmatism)는 엄밀히 말하면 하나의 철학적 사상이라기 보다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홈스ㆍ제임스ㆍ퍼스ㆍ듀이 등 실용주의 학자들은 사상을 포크나, 나이프 혹은 오늘날의 마이크로칩과 같은 도구라고 믿었다. 관념적 진리를 찾는데 몰두했던 유럽 철학자들의 눈에 이 같은 실용주의는 저잣거리 개똥 철학으로 비쳐졌다. 그들에게 실용주의 철학이란 신성한 제단 위에 올려져 있는 철학적 사상과 신념들을 길거리로 내팽개치는 정신적 타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실용주의 학자들은 이런 손가락질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민주주의를 그들의 철학적 논쟁의 귀결로 삼은 것도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한 산문작가 루이스 메넌드 뉴욕 시립대 영문학 교수는 이 책에서 실용주의라 불리게 된 미국적 정신의 흐름을 홈스와 제임스ㆍ퍼스ㆍ듀이 등 네명의 전기 형식을 빌어 조명하고 있다. 미국 남북전쟁의 영웅이면서 연방 대법관이었던 올리버 웬들 홈스와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윌리엄 제임스, 기호학자였던 찰스 샌더스 퍼스는 187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서 ‘메타피지컬 클럽’(Metaphysical Club)이란 불린 자그마한 토론 모임을 가졌다. 9개월 남짓 지속된 이 모임을 저자는 미국 실용주의 사상의 근원으로 본다. 이들 세 사람의 생각은 훗날 교육학자 존 듀이의 연구가 덧붙여져 실용주의라는 사상적 틀을 갖추게 된다. 19세기 미국 지성사를 수놓은 네 거인의 발자국을 좇으며 정치, 과학, 인류학, 심리학, 종교, 교육, 인종문제 등 폭 넓은 주제를 정교하게 짜맞춰 나간 저자의 글쓰기 양식은 마치 역사 논픽션의 모범 답안을 보는 듯하다. 2002년 퓰리처 역사부문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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